문화/생활

충남 예산의 덕산온천으로 들어서는 길목인 해미IC를 지나면 바로 우측에 해미읍성이 보인다. 제법 운치 있게 펼쳐진 성곽이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읍성의 규모는 적당한데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해미읍성의 관문격인 진남문에 올라서 보니 그 의문이 풀린다. 읍성이라 하면 낙안읍성, 고창읍성 등 성 안에 집들이 지붕을 옹기종기 맞대고 있는데 해미읍성은 옹기종기 있어야 할 집은 온데간데없고 나무들만 군데군데 서 있다.
이 성의 내력을 알아야만 풀릴 것 같은 호기심을 참지 못해 안내판을 꼼꼼히 읽어본다. 해미읍성은 조선 성종 때 완성된 것으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동헌 앞 오른쪽에 일명 ‘호야나무’라는 고목나무는 천주교 박해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가족나들이를 나선 듯한 중년의 남자는 ‘호야나무’의 앙상한 가지에 시선을 던지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천천히 살피고 있는 눈치지만 겨울치곤 화사한 날씨에 아이들은 마치 소풍을 나온 듯 잔디밭을 뛰며 소리를 지르고 까르르 웃는다.
덕산온천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수덕사. 수덕사의 명물은 역시 대웅전. 축조된 지 7백년이나 된 목조건물인 대웅전은 안동의 봉정사와 영주의 부석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목조건물의 멋을 간직한 대표적 불사다.
대웅전 이외의 건물들은 새롭게 단장해 고풍스런 맛보다는 깔끔한 세련미를 보여준다. 그래도 절 마당은 그대로다.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서 산세를 바라보는 여유를 느껴볼 수 있다.


수덕사 대웅전은 백제의 가람 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또한 수덕사는 한국 불교의 선풍을 잇고 있는 덕숭총림의 본찰이기도 하다. 대웅전 마당에서 홍성 쪽으로 내려다보면 그 경관이 일품이다. 여유가 있다면 불교박물관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서해 쪽으로 굽이굽이 산을 끼고 펼쳐지는 경치는 마음까지 씻어준다.
수덕사를 이야기할 때면 만공스님과 일엽스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일제시대에 만해와 더불어 불교계를 꿋꿋하게 지킨 만공스님은 숱한 일화를 남겼다. 함께 길을 걷던 동행승이 다리가 아파 더는 못 가겠다고 하자 마침 밭을 일구던 부부를 보고 여인을 덥석 안고 입맞춤을 한 만공. 남편이 쇠스랑을 들고 쫓아오자 단숨에 고갯마루를 오른 동행승이 스님이 어찌 그러실 수 있느냐고 따지자 “이 사람아, 그 바람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여기까지 달려오지 않았는가” 하며 웃었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동경 영화학교를 다니다 귀국하여 신문화운동에 정열을 쏟았던 일엽스님. 그는 베스트셀러 수필집인 <청춘을 불사르고>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38세에 만공스님을 만나 견성암에서 출가하였다. 덕숭총림의 본찰인 수덕사는 절의 내력 못지않게 스님들의 일화로 유명하다.

지금은 대리석으로 계단을 만들고 경내의 가람을 신축해 제법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도 잠시 대웅전이 있는 마당에 오르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아쉬움을 달랜다.
특히 수덕사 대웅전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하늘은 새색시의 연지곤지처럼 연분홍 색깔을 띤다. 그 광경은 수덕사만의 매력이다. 수덕사 구경을 일찍 마쳤다면 예산의 별미 간재미무침이나 산더덕구이를 먹고 지척에 있는 덕산온천으로 직행하자.
덕산온천은 오염되지 않은 땅속에서 솟아난 온천수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덕산온천의 수질은 나트륨(Na) 성분의 약알칼리성 단순 방사능천으로 피부병, 위장병, 신경통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있다. 원탕을 이용하는 덕산온천 관광호텔이 대표격이다. 덕산온천의 특징은 물이 미끈거리고 피부를 촉촉하게 한다.


덕산온천단지 중에서도 대형 워터파크를 갖춘 덕산 스파캐슬의 ‘천천향’이 인기가 좋다. 약 6천3백평 규모의 거대한 ‘천천향’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일단 시설을 꼼꼼히 살펴본 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칫하면 미로 같은 오밀조밀한 센터 내부를 헤매거나, 곳곳에 숨은 멋진 스파 시설을 놓치기 십상이다.
일단 내부에 들어서 사우나를 통과하면 실내 스파와 실외 스파로 나뉜다. 실내 스파에는 어른을 위한 수(水)치료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바데풀과 그리스 신전 분위기의 유러피안 스파, 풋스파와 키즈풀 등이 있다. 바데풀은 11종 29가지의 부위별 물 마사지 코스로 구성되는데, 50분 정도의 모든 코스를 돌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온몸의 군살이 쭉 빠진 듯 한결 몸이 가벼워진다.
날씨가 추울수록 노천탕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 법. 차갑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따끈한 노천탕에 몸을 푹 담그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노천 스파는 ‘워터레이’, ‘써니레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나뉜다. ‘워터레이’에서는 온천수를 이용한 액티브한 물놀이를 즐겨본다. 2백미터 길이의 유수풀에 몸을 맡기면 거센 파도에 떠밀려 다니는 짜릿함을, ‘마스터브라스터’를 타면 스릴 만점의 워터슬라이딩을 경험할 수 있다.
‘오감원’이라는 이름의 스파존은 커플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다섯 개의 테마탕으로 구성돼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클래식탕, 국악이 은은하게 들려오는 가야금탕, 컬러풀한 색채의 벽화가 독특한 재즈탕 그리고 나란히 앉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커플탕 등이 있다. 혹시라도 눈이 내린다면 그야말로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순간을 맞는다.
천천향의 다양한 마사지 프로그램도 추천. 온천욕으로 기분 좋게 나른해진 몸을 허브와 아로마 요법을 기본으로 한 정통 마사지에 맡겨봐도 좋다. 천천향은 지하 6백58미터의 암반에서 솟아나는 섭씨 49도의 온천수를 1백퍼센트 사용하고, 하루 용출량은 3천8백톤이나 된다. 예부터 덕산 온천수는 피부병과 부인병, 위장병에 좋고 동맥경화, 신경통, 근육통과 세포 재생을 촉진해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아무리 좋은 노천스파라도 강렬한 햇빛과 인파 때문에 피하고 싶다면 ‘로맨틱 나이트스파’를 선택하라. 오후 5시부터 입장객에게 40퍼센트 할인 가격에 제공하는 나이트 스파, 로맨틱한 야외 라이브 공연, 그리고 이색 수중 아쿠아 바에서 무료 칵테일까지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혜택도 덤으로 생긴다.
또한 워터파크의 롤러코스터인 국내 최장 ‘마스터블라스터’, 후룸라이드를 연상케 하는 국내 유일의 계곡 물살 ‘토렌트리버’가 연장운행되어 환상적인 나이트 조명 아래 짜릿한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다.
놀다 지칠까 겁낼 필요도 없다. 실내 스파에 마련된 찜질스파 공간 ‘사랑채’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대청마루 산소방을 비롯한 다양한 프라이빗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커플이 함께 다정한 야경을 즐기고 싶다면 해미원 옆 한식 레스토랑 ‘수향채’를 이용하자. 아름다운 조명이 특별한 천천향을 한눈에 즐기며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저녁을 맛볼 수 있다.
온천욕만으로 예산의 겨울여행이 아쉽다면 황토사과와인 체험과 내포문화숲길 산책도 곁들이면 좋다. 스파캐슬에서 연계관광을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다.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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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