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2월 18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전력거래소를 찾았다. 바깥 날씨는 영하 4도를 가리켰다. 철저한 보안 점검을 마치고 들어간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는 마치 공상과학(SF) 영화에 나오는 거대한 우주함대 사령실 같았다. 반원형처럼 생긴 관제센터 앞쪽 벽면에는 그래프, 숫자, 지도 등 온갖 정보를 나타내는 크고 작은 모니터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현장을 안내한 전력거래소 대외협력팀 유석 차장은 “이곳 관제센터의 모니터를 통해 전국의 전력계통망(송전선) 현황과 가동 중인 대형 발전기의 출력상황, 실시간 전력사용량, 기상상황 등 전력의 공급과 수요에 관련된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며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전국의 발전소와 변전소 등에 대응 지시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제센터에는 6인 1개조로 24시간 근무를 선다고 한다.


벽면 한쪽에 있는 모니터에는 현재 7천2백25만킬로와트의 전력을 사용 중이며, 예비전력이 6백50만킬로와트, 전력예비율이 9퍼센트라는 정보가 표시되었다. 유 차장은 “예비전력은 5백만킬로와트 이상을 유지하면 안정적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는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블랙아웃에 대비해 ‘겨울철 전력수급 비상단계별 조치사항’이란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순간 예비전력이 5백만킬로와트 이하로 떨어지면 ‘준비’ 단계가 발령된다. 4백만킬로와트 이하로 떨어지면 ‘관심’ 단계 이후 1백만킬로와트씩 떨어질 때마다 ‘주의’ ‘경계’ ‘심각’ 단계가 내려진다. 만약 주의 단계가 발동되면 긴급절전과 공공기관 강제단전(비상발전기 가동) 등의 다양한 예비전력 확보 조치가 취해진다. 1백만킬로와트 이하에서는 단계별 긴급부하조정(순환단전)에 들어간다.
중앙관제센터에서는 화력·원자력발전 외에도 전국의 양수발전기의 현황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 ‘준비’나 ‘관심’ ‘주의’ 등 전력수급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담당 직원들이 이곳 전력수급 비상대책상황실에 모여 신속하게 대응하고, 상황을 지휘한다.
중앙전력관제센터 조종만 센터장은 “관제센터가 전국의 전력 설비에 대한 감시와 컨트롤을 한다면, 상황실은 비상사태를 대비하고, 전력수급 상황을 조절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2009년 이후 전기 난방기구 사용이 급격하게 늘면서 전력수요가 여름보다 겨울철에 더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기온이 떨어지면서 순간 예비전력이 3백50만킬로와트까지 떨어지는 관심 단계 발령도 잦다”고 말했다.
“겨울철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대형 건물의 시스템난방과 각 가정과 업소의 전열기 증가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이와 더불어 값싼 전기요금, 전기 사용의 편리성도 전력사용 증가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겨울철 블랙아웃을 우려하는 것은 영광 원전 2기(2백만킬로와트)가 정지돼 있고, 보수 중인 원전이 있어 전력수급이 예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당국은 전력위기 상황에서 전력사용 피크시간에 산업체가 전력 사용을 줄인 만큼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변압기의 전압 조정 등을 통해 전력수요를 줄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9월 15일 예비전력이 1백만킬로와트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순환단전(정전)에 들어간 적이 있다.
조종만 센터장은 “우리 국민이 그동안 ‘정전’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지내다가 갑자기 순환단전을 맞았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순환단전 자체는 ‘전력수급 비상단계별 조치사항’에 따라 진행한 것이고, 실제 선진국에서는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자주 시행하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대규모 정전이 거의 없었고, 당시 정전을 하면서 관계 기관에 사전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국민이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그 정전사태 이후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전력거래소는 9월 15일 정전사태 이후 전력의 추가 수요에 대한 예측을 강화해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최대한 줄였고, 전력수급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관련 정부기관 7곳에 즉시 통보할 수 있게 핫라인을 구축했다.

조 센터장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이면 전력수요가 더 늘어난다”며 “온 국민이 솔선수범해서 에너지 절약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루 중 전력 수요량이 가장 많은 오전 9시에서 12시까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가 전력 피크타임입니다. 이 시간에 각 가정에서 난방기 등 불필요한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터뷰 도중 오후 5시30분이 넘자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담당자의 보고가 들어왔다. 조 센터장은 “상황을 지켜보고 지휘를 해야 한다”며 서둘러 관제센터로 올라갔다.
글·이상흔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