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평창의 겨울은 설국을 연상케 한다. 2018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인 평창의 눈꽃 축제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폭설이 내리면 가장 먼저 매스컴에 등장하는 곳이 대관령 일대인데, 그중 가장 황홀한 눈꽃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선자령이다.
강릉시와 평창군의 경계를 이루는 선자령(해발 1천1백57미터)은 백두대간의 주능선에 야트막이 솟은 봉우리로 남쪽으로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장쾌하게 이어진다. 날씨만 좋다면 아늑한 강릉시내와 검푸른 동해바다를 볼 수 있으며 병풍 같은 산줄기를 품에 안을 수 있다.
또한 눈 많기로 소문난 대관령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겨울철 화려한 눈꽃터널을 감상할 수 있으며, 경사가 완만해 겨울 트레킹코스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등산로가 미끄럽고 양쪽으로 칼바람이 몰아치기 때문에 아이젠과 겨울철 트레킹 장비는 필수다. 대개 산행은 옛 대관령휴게소부터 시작하는데, 해발고도가 8백32미터여서 정상까지 3백미터밖에 표고 차가 나지 않아 손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로지르는 이곳. 시쳇말로 구름도 쉬어 간다는 곳이 대관령이다. 고개 너머 동쪽이 강릉, 서쪽이 평창이다.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대륙 편서풍과 영동지방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서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
매년 1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적설량이 1미터가 넘는다. 대관령의 강릉과 평창의 경계에 있는 선자령은 눈과 바람, 그리고 탁 트인 조망이라는 겨울 산행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겨울마다 하얀 설경이 눈부시게 빛나는 곳. 옛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에 도착, 선자령 눈꽃 세상으로 떠나보자. 대관령과 선자령 일원은 워낙 높은 고지대여서 겨우내 내린 눈이 3월이 되도록 녹지 않고 줄곧 쌓이기만 한다. 그런 까닭에 한겨울에 가면 설국(雪國)에 빠질 수 있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선자령으로 오르면 더욱 환상적인 설경이 트레킹족을 반긴다.
옛 영동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관령 기상대 방면 시멘트 길로 1.5킬로미터쯤 오르면 대관령 산신을 모신 국사성황당이 나온다.
이곳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비탈을 조금만 오르면 시멘트길과 만나고, 왼쪽 길로 6분 남짓 더 가면 선자령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서 시멘트 길과 헤어져 왼쪽 오솔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선자령 산행이 시작된다.
눈꽃을 입은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제법 높은 계단길이 시작된다. 그 너머로 양떼목장이 있다. 굳이 입장료를 내고 목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먼발치서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목장의 철책선을 따라가면 선자령 등산로를 만난다. 오른쪽 샛길로 빠지면 국사성황당이 나온다. 성황당은 범일국사를, 산신각은 김유신 장군을 모시고 있다.
눈밭을 헤칠 자신이 없다면 이쯤에서 눈앞에 펼쳐진 눈부신 설원을 바라다보기만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1시간 30분 남짓 눈길을 더듬고 오르면 선자령이 나온다. 매년 이맘때면 이곳을 찾는 산악인과 트레킹족에 의해 눈길이 다져져 발이 푹푹 빠지는 일 없이 오를 수 있다.
선자령은 능선이 많지 않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등산로는 동네 뒷산 가는 길만큼이나 평탄하고 밋밋하다고 보면 된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설원에서 눈꽃을 감상하고 하산길에는 엉덩이썰매를 즐기며 내려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산행코스에는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가족단위 등산객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는 정상에 서서 바라보는 산들의 파노라마.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는 발왕산, 서쪽으로 계방산, 서북쪽으로 오대산, 북쪽으로 황병산이 내려다보이고, 맑은 날에는 강릉 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일품이다.
주능선 서편 일대는 짧게 자란 억새풀이 초원지대를 이루고 있는 반면 동쪽 지능선 주변은 수목이 울창하다. 등산로를 벗어나 돌길이나 진달래 숲, 조릿대 군락으로 잘못 들어서면 무릎까지 눈에 빠져 옷을 버리는 것은 물론 빠져나오느라 애를 먹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선자령의 재미를 한껏 맛볼 수 있는 것은 하산길. 정상에서 초막골로 가는 동쪽으로 나 있는 하산길은 동해에서 불어온 바람에 몰린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데다 적당한 경사를 이뤄 엉덩이썰매 타기에 적합한 코스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산을 타는 맛이 난다.
우거진 수목, 진달래나무가 가득하기도 하고 호젓한 산책로, 송림숲이 이어진다. 산등성이인 이 길은 앞질러 갈래야 앞질러 갈 수도 없다. 그저 앞 사람을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간이다. 능선 아래에서 계곡 쪽 방향으로 1시간 정도 내려가는 길목에는 돌과 바위가 많고 급경사라 위험할 수도 있다. 특히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이 길은 피하는 게 좋다.

내려오는 길에 양떼 목장에 들러도 좋다. 특히 연인과 데이트를 하겠다면 순백으로 물든 양떼 목장을 산책하는 게 좋다. 부채꼴로 이어진 1.2킬로미터의 산책로는 40분 정도면 횡단이 가능하다. 목장 내 설원 한가운데 있는 오두막은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세트장으로, 사진 촬영 포인트이기도 하다. 예쁜 피아노까지 갖다놓아 색다른 분위기가 전해진다.
풍력발전의 역사와 원리, 우리나라 에너지 현황과 재생에너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 들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이 돼 있다. 자전거 페달을 이용한 전기 만들기, 태양전지 벌레, 물자동차, 바람악기, 바람농구 등 미래 에너지를 활용한 체험공간이 조성돼 있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 전시관은 옛 영동고속도로 하행선 대관령 휴게소에 있다.
옛 상행선 대관령 휴게소에서 5백미터 거리에 있는 양떼 목장은 양 2백여 마리가 오순도순 모여 산다. 야트막한 구릉지대에 펼쳐진 ‘목장 길 따라’ 쉬엄쉬엄 40분이면 색다른 운치에 젖어든다. 순백의 눈벌판과 나무마다 곱게 핀 눈꽃, 축사 주변 눈밭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양떼들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린다. 한겨울에는 양을 방목하지 않아 양에게 건초를 주는 체험은 축사에서만 가능하다. 양들을 쓰다듬으면 손끝으로 부드러운 솜이불을 만지는 느낌이 전해온다.


횡계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오는 게 주코스다. 이곳에서 따끈하고 고소한 황태해장국에 몸을 녹인 후 대관령 스노파크도 한번 들러보자. 횡계읍 내 송천교 인근에 자리 잡고 있는 대관령 스노파크는 눈과 얼음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원이다. 플라스틱 눈썰매, 비료포대 눈썰매, 튜브 눈썰매 등 다양한 썰매를 체험할 수 있으며 얼음놀이장에서는 앉은뱅이 썰매, 팽이치기, 빙구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손발이 꽁꽁 어는 것도 잊은 채 얼음놀이에 빠져들기 일쑤다. 놀이장 곳곳에 다양한 눈과 얼음조각이 조성돼 있다. 스노모빌을 이용한 스노래프팅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大寒)을 넘기면서 혹한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다. 웅크리고 겨울을 피하기보다는 눈꽃 세상의 매력에 빠져보고 썰매를 타며 겨울의 스릴을 맘껏 즐겨보자. 그게 겨울철 선자령과 대관령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글과 사진·유철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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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