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서울 강서구청 화곡별관 5층 희망드림센터의 희망복지팀에는 특별한 ‘닥터’가 있다. ‘법률홈닥터’ 금윤화(30) 변호사다. 금 변호사는 지난 5월 1일부터 이곳에 상주하며 그동안 높은 문턱으로 인해 변호사를 찾기 어려웠던 취약계층과 지역주민들에게 법률구조 알선, 법률상담, 간단한 법률문서 작성 등 소송수임 없이 즉시 가능한 맞춤형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금 변호사는 ‘찾아가는 서민 법률 주치의’ 개념을 바탕으로 법무부가 도입한 법률홈닥터 제도가 처음 선발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 20명 중 한 명이다. 법무부는 2011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 5월부터 전국 20개 지방자치단체·사회복지협의회와 함께 법률홈닥터 제도를 출범시켰다.
기존의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분쟁이 있고 난 후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소송을 처리하는 반면, 법률홈닥터는 분쟁위기를 사전에 발굴해 위기를 예방하고 찾아가는 법률 서비스를 수행한다는 점이 다르다.
“취약계층 상담 중 가장 많은 것이 명의를 빌려줘 입은 손해, 가족관계부가 정리되지 않아 생기는 어려움, 극한상황까지 몰려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두드러집니다.”
로스쿨 1기인 금 변호사는 공익인권 변호사를 꿈꾸며 법률홈닥터에 지원했다고 한다. 금 변호사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실시한 법률상담은 총 4백60건. 이 밖에도 법 교육(6건), 구조알선(23건), 법률문서 작성(8건), 종합복지 지원 회의 참석(27) 등의 활동을 해왔다.


금 변호사는 “법률상담 4백60건 중 10퍼센트가량이 이미 경찰서를 다녀왔거나 갈 것으로 예상되는 고소·고발 가능성이 높은 사안들”이라고 전했다.
금 변호사의 경험을 적용한다면 전국의 법률홈닥터들이 5~10월 실시한 법률상담 7천8백93건 중 10퍼센트가량이 고소·고발로 발전될 사안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고소사건은 전체 사건의 22퍼센트 안팎으로 일본에 비해 50배 이상 높다. 또 인구 10만명당 피고소 인원도 일본의 약 1백70배에 달한다. 반면 최근 5년간 고소사건의 기소율은 18퍼센트 정도로 전체 형사사건 기소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 한마디로 앞뒤 안 가리고 고소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소가 남발하는 원인에 대해 비합리적 거래관행이 남아 있고 ▲민사소송은 시간·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실효성이 떨어지며 ▲재산 범죄와 민사 채무 불이행을 구별하지 못해 국가, 특히 수사기관에 그 피해 구제를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 변호사는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법의 도움이라고 하면 우선 경찰의 도움밖에 생각하지 못해 사소한 일로도 경찰서를 찾게 된다”고 전했다.
금 변호사가 담당하는 강서구는 영구임대아파트가 1만5천2백75가구, 임대형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1만6백99가구 등 다른 자치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법률 서비스를 비롯해 종합적인 복지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법률상담 사례들도 영구임대아파트와 관련된 내용들이 많다고 한다. 한 예로, 아버지와 단 둘이 영구임대아파트에 살던 19세 청년은 아버지가 사망하며 영구임대아파트 승계권을 아들에게 양도한다는 유언을 청년의 고모에게 말로만 남기는 바람에 승계권이 인정되지 않아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금 변호사는 청년의 딱한 사정을 상담받고 청년의 친척들 가운데 최연장자(당연 법적후견인)를 찾아 사망한 아버지 대리인으로 내세워 청년이 살던 아파트에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
때로는 법률홈닥터의 존재 자체가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 달 전쯤 반지하 셋방에 사는 지체장애 6급의 남성(58)과 9세 아들 단 둘이 사는 한부모가정이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위기가정’으로 발굴되어 강서구청에서 종합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이 부자는 온수가 안 나와서 추운 겨울에 세수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집주인이 고장난 곳을 고쳐주지 않고 있었다.

“현장을 찾아가 그저 ‘법무부가 파견한 구청 변호사입니다’ 하니 ‘원래 고쳐주려던 건데’ 하며 얼른 고쳐주더군요.”
금 변호사는 “로스쿨에서 대법원 판례들을 어렵게 공부한 건 활용 못하지만, 어려운 이들의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고, 때로는 그분들의 인생까지 달라지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 지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분들에게 전 유일한 변호사였어요. 중앙부처 소속 변호사라는 것 자체에 신뢰를 보내는 모습을 볼 때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20명의 법률홈닥터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서로의 현장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말이면 취역지역을 찾아 무료 법률상담도 하고 있다. 이렇게 법률홈닥터는 현장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해결함으로써 고소·고발로의 확산을 예방하면서 서민·취약계층의 삶을 격려하는 따뜻한 행정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글·박경아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