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번 설 명절을 어떻게 쇠셨나요?
권낫다몬 “한국에서 열 번째 설입니다. 이제는 한국사람 다됐어요.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보냈어요. 이번 설에는 두 아들과 함께 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아들 녀석들이 제법 잘 도와줍니다.
시댁이 대구인데, 이번에는 형편상 못 내려갔어요. 죄송하다고 연락드렸더니 시부모님께서 오히려 괜찮다며 걱정해주셨어요”
맘포트라스메이 “저는 이번 설이 다섯 번째예요. 서울 목동에 사시는 시부모님 댁에 가서 떡국·전·잡채 같은 음식을 만들어 함께 어울려 먹었어요. 시댁은 설에 차례를 지내지 않아요. 남편은 누나와 남동생이 있는데, 명절에 함께 모이기는 어려워요. 형님과 도련님 모두 결혼해 명절이면 시댁과 처가로 가시기 때문입니다.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대부분 저희 가족만 시부모님과 보내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시부모님과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이번에도 함께 윷놀이도 하고 시어머님과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윷놀이는 두 팀으로 나누어 하는데 지는 팀이 벌칙으로 밥을 사고는 합니다.”
응웬티창 “한국에 온 지 6년 지났어요. 여섯 번째 설인데, 모두 시부모님과 함께 보냈어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거든요. 설이면 온 집안이 북적거린답니다. 형님 가족과 시아주버니 가족, 그리고 제 친정언니 가족이 명절만 되면 함께 모이거든요. 올해도 같이 떡국 먹고 집 근처 유원지나 공원으로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며느리는 명절 이후 명절증후군을 앓습니다.
권낫다몬 “큰 어려움 없이 보내왔어요. 시댁에 찾아가면 시아버님이 얼마나 자상하게 대해주시는지 감사할 정도예요. 남편 가족 모두 성격이 좋으셔서 제 서투른 실수도 잘 이해해 주시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고 해요. 그저 고마울 뿐이죠. 그렇게 가족과 함께 설을 보내니 명절이면 몸과 마음이 오히려 회복되는 것 같아요.”
맘포트라스메이 “저도 명절증후군을 경험한 기억이 없습니다. 일단 저희 가족만 모이다 보니 평소와 차이가 없어요. 우리 가족끼리 오순도순 윷놀이를 하며 대화를 나눠요. 날이 좋으면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를 가서 기분전환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응웬티창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만 요즘에는 설날 같은 명절이면 한국음식 대신 베트남 음식을 차려놓고 먹어보았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베트남에도 구정 명절이 있어요. 설날이면 새 옷을 입고 맛있는 과자를 먹는 풍습이 있지요.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1년 내내 설날을 손꼽아 기다린 기억이 있답니다. 한국에서도 이전에는 설에 월남쌈을 만들어 먹기도 했어요. 제 덕에 우리 가족 모두 월남쌈을 좋아하게 됐지요. 설날에 가족과 베트남 음식을 먹으면 고향이 덜 그립답니다.”
가장 자신 있는 설음식을 꼽는다면.
권낫다몬 “동태전입니다. 시어머님이 안 계셔서 한국음식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배웠어요. 동태전은 태국에는 없는 음식이어서 호기심에서 시도해봤어요. 소금간이 된 동태에 후춧가루를 적당히 뿌린 다음 밀가루를 묻힌 계란 옷을 입히지요. 프라이팬 위에 올려 놓고 약한 불로 요리를 시작하면 너무나 맛있는 냄새가 풍긴답니다. 처음에는 간도 안 맞고 맛도 없어 인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몇 번의 실패 뒤에는 우리 가족 입맛에 맞는 제대로 된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번 설에는 하나 부치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금방 먹어버렸습니다.”
맘포트라스메이 “한국에 와서 처음 만든 명절음식은 만두였습니다. 시어머님께 배웠지요. 시어머님은 매년 새해가 되면 가족을 위해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 오셨습니다. 캄보디아에는 만두가 없어요. 처음 만드는 음식이어서 긴장했는데, 시어머님이 자상하게 알려주셨지요. 처음에는 예쁜 모양이 나오지 않아 눈치를 봤는데, 시어머님은 그저 잘한다며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셨어요. 지금은 시어머님 솜씨 못지않은 예쁜 만두를 빚는답니다. 이번 설에도 시어머님이 제게 ‘이제는 한국 며느리 다 되었다’며 칭찬해주셔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응웬티창 “ 저는 떡국이 제일 자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입에 안 맞아 잘 먹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며 떡국의 맛에 빠지게 됐어요. 저도 시어머님께서 요리를 가르쳐주셨습니다. 사골로 육수를 만들고 쇠고기·계란·김가루·파를 고명으로 얹어요. 간은 간장으로 하고 마늘 다진 것도 넣지요. 시어머님의 음식 비법은 바로 참기름에 있습니다. 거의 모든 음식에 참기름을 넣어요. 그럼 마술처럼 요리 맛이 바뀌는데 참 신기하답니다.”
기억에 남는 설 명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낫다몬 “태국에서는 설을 ‘쏭크란’이라고 해요. 이날은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한 해의 축복을 기원하죠. 축제 같은 하루예요. 그런데 한국의 설은 태국과 달리 겨울에 있어 너무 추운 게 흠이에요. 그래서 태국 설날처럼 물을 못 뿌려요. 한국 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느껴집니다. 떡국을 먹고 윷놀이 같은 전통놀이도 하지만 태국에 비하면 조용한 편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습니다. 태국의 쏭크란은 4월13일인데, 이날이면 물총을 준비해 아이들과 물을 뿌리며 태국식 쏭크란을 보냈습니다. 아이들도 정말 재미있어 합니다. 엄마 나라의 문화도 이해하는 기회도 되고요.”
맘포트라스메이 “처음 떡국을 먹을 때였습니다. 가족들이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떡국 안 먹고 젊게 살까 생각도 했어요. 어머님께서 한국의 재미있는 풍습이라고 설명해주셨지요. 캄보디아에서는 ‘절에 예쁜 꽃을 가져가 기도를 드리면 나중에 죽어 환생할 때 더 예쁘게 태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비슷한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응웬티창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에 온 지 3개월 정도 지난 뒤 처음으로 설을 맞았어요. 시아버님께서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서투른 한국말로 ‘저 떡국 안 먹어, 나이 안 먹어’라고 했지요. 옆에 계시던 어머님께서 그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두 그릇을 먹었으니 두 살 더 먹었다’고 하시더군요. 온 식구가 재미있다며 배꼽을 잡고 웃었어요. 참 저는 시어머님을 엄마라고 불러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남편이 엄마라고 불러서 저도 그렇게 부르게 됐어요. 시어머님도 저를 딸이라고 생각하신답니다. 주위에서는 이런 저를 많이 부러워해요.”
명절에 고향생각이 날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권낫다몬 “태국은 따뜻한 나라지요. 2월 태국 날씨는 한국의 따뜻한 봄 날씨 같아요. 제가 추위에 약한 것도 태국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추운 것은 정말 적응하기 어려워요. 한창 추운 겨울에 맞이하는 설날이면 따뜻한 태국이 더욱 그립습니다. 태국은 1년 내내 여름이에요. 명절이 되면 태국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고향생각이 날 때면 태국 부모님께 연락을 드립니다. 안부를 묻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랩니다.”
맘포트라스메이 “설날이면 고향생각이 더 나요. 시동생 내외와 형님 내외가 친정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릴 때가 있어요. 친정 어머니 아버지가 ‘옆집에 살고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요. 캄보디아도 설날이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답니다. 언젠가는 설날에 고향에 찾아가 꼭 인사를 드린 다음 만두를 해드리고 싶어요.”
응웬티창 “베트남에서는 설날이면 꼭 먹는 전통음식이 있어요. 바로 빤쭝(Banh Trung)입니다. 설날이면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주셨어요.
베트남에서는 설에 1주일 정도 쉽니다. 그동안 친척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설 전날 저녁이면 온 가족이 모여 맛있는 음식과 과자를 먹어요. 자녀가 먼저 부모님께 새해 인사를 드리면 세뱃돈을 주시면서 덕담을 하시지요. 한국과 비슷하죠. 이야기하다 보니 고향이 더 그리워지네요.”
정리·박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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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