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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갯장어는 여름 보양식의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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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장어류 중에서도 갯장어는 황제라 불린다. 같은 뱀장어목에 속하지만 붕장어나 뱀장어에 비해 몸집이 크고 맛도 뛰어난데다, 영양가까지 높기 때문이다. 최근 길이가 2미터에 달하는 대물이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던 갯장어에는 쇠고기보다 비타민A와 E, 칼슘 등이 수십 배나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각종 성인병에 효험이 있다는 DHA와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일본이름인 ‘하모’로 더 알려진 갯장어는 그래서 최고의 여름 보양식으로 꼽힌다.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거칠어 뭍에 올려놓으면 사람을 물기도 하는데 하모라는 이름도 ‘물다’라는 의미의 일본어 ‘하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개장어, 놋장어, 갯붕장어, 참장어, 이장어, 해장어, 노장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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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전의 <자산어보>는 ‘견아려(犬牙濾)’라는 명칭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입은 돼지같이 길고 이빨은 개와 같아서 고르지 못하다. 뼈가 더욱 견고하여 능히 사람을 물어 삼킨다”고 했다. <동의보감>은 해만(海鰻)이란 이름으로 악창과 옴, 누창을 치료하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독도를 조선 땅이라 기록하고 있는 한 세기 전의 일본책 <한해통어지침(韓海通漁指針)>에는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며, 등을 타서 건제품으로 만드는데, 전라도에서는 판로가 넓으나 경상도에서는 잘 팔리지 않고 값도 싸다’고 하였다.

또 1800년대 말에 출간된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에는 ‘뱀을 닮은 모양 때문에 먹기를 꺼려 일본인에게만 판매하였다’는 대목도 나오는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치솟는 요즘의 사정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05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업조사보고>도 갯장어를 ‘한국인으로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생선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먹지 않던 갯장어를 먹게 된 지금 우리의 습성은 일제 강점기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흔적은 통용되는 갯장어의 일본이름이나 일본식 요리명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제의 잔재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은 미워도 맛있는 갯장어를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도
갯장어는 회도 좋지만 흔히 일본말로 ‘유비키’라 하는 데침 회로 먹는 것이 제일이다. 촘촘하게 칼집을 낸 살 조각을 갯장어 뼈와 무, 다시마 등을 넣고 우린 육수를 즉석에서 끓이며 잠깐 담가 흔들면, 갯장어에 열광하는 일본인들 표현처럼 ‘하얀 꽃이 피어오르는데’ 엇구수하면서도 사근사근한 것이 입에 착착 감긴다.

갯장어는 양식이 되지 않아 자연산밖에 없는데, 전어나 전갱이 미끼를 일일이 손으로 끼운 기다란 낚싯줄을 바닷속에 늘어뜨리는 ‘연승주낙’ 방법으로 잡는다. 전남 여수와 경남의 고성, 통영 연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제철인 요즈음 우리나라 전체의 하루 갯장어 어획량은 10톤 정도이다. 과거에는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수출되어 시중 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들었으나 몇 년 전부터는 국내 수요가 크게 늘어나 상당량을 우리나라에서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무분별한 남획과 바다의 간척, 매립, 오염 등으로 인해 어획량이 예전보다 대폭 줄어 애호가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갯장어요리 하면 본고장인 여수 대경도의 경도회관이 떠오르지만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마시리벌교참꼬막에서도 아쉬움은 달랠 수 있다.

 

글·예종석(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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