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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기계의 반란… ‘매트릭스 세상’ 실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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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사회에는 차별이 존재한다. 성차별, 지역차별, 인종차별 등 무수한 차별을 통해 서로 구별 짓고 상대편을 억누른다. 그러나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결국 이 차별은 철폐되기 마련이다. 노예로 끌려왔던 흑인의 자손이 미국의 대통령에 오르게 된 것은 이런 사회의 역동성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기계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공상과학소설가들은 노예의 반란과 같은 사회의 변화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을 기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이시켰다.

그리하여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든 기계가 힘을 길러서 언젠가는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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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나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에서는 기계의 지배하에 들어가있는 인류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기계들의 노예가 된 세상에서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그들과 전쟁을 벌인다.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인류는 오늘도 끊임없이 기계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일까?

세탁기, 식기건조기 같이 주어진 동작만을 수행하는 기계는 큰 문제가 없지만 로봇 청소기와 고성능 컴퓨터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아예 인간처럼 걷고 말하는 로봇을 만들고 있기도 한데 이것은 정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계는 기계일 뿐이라고 말한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기계가 지능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하고 사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이미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고를 하는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체스와 같이 복잡한 게임에서 이미 기계는 인간의 지적능력을 추월했을 뿐만 아니라 의지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인공지능도 존재한다.

지능이란 것이 생명체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 두뇌의 전기적인 신호처리 과정에 불과하며 기계의 디지털 추론 과정과 두뇌속 신경회로의 정보처리 방식을 구별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배터리가 떨어졌을 때 경고등을 번쩍이며 전원 콘센트를 찾아 돌아다니는 로봇과 먹이를 얻기 위해 미로를 헤매는 쥐는 모두 동일한 지능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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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에 더해 기계에 필요한 것은 자기복제 능력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소프트웨어의 자기복제 가능성을 현실화시켰다. 자신이 장악한 컴퓨터의 모든 프로그램을 감염시키려고 노력하는 바이러스, 백신을 피해 스스로 위장하는 스파이웨어, 더 많은 컴퓨터를 감염시키기 위해 네트워크를 탐색하는 악성 코드는 이미 디지털 생명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전문가들이 인류와 기계의 전쟁이 공상과학일 수밖에 없다는 근거로 인간의 도움이 없이는 기계가 스스로 자기복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3차원 프린터가 발명됨으로써 이 문제도 해결되었다. 3차원 프린터는 3차원의 사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종이에 인쇄를 하는 것이 일반(2차원) 프린터라면 3차원 프린터는 3차원 물건을 똑같은 모양으로 출력해 줄 수 있는 프린터이다.

3차원 프린터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단층촬영기와 같이 사물을 수평으로 분석한 다음 플라스틱 재료를 얇게 한 층씩 쌓아 나가는 방식으로 3차원 사물을 만들어 낸다. 컵을 3차원 프린터로 만든다면 둥그런 원판 위에 1백분의 1밀리미터 두께의 원을 수천 개 쌓는 방식이 될 것이다.

초기에는 장난감 부품, 시제품 모형 제작 등에 쓰였지만 프린터 자체가 커지고 재료도 다양해져 고무나 금속뿐만 아니라 모래와 시멘트까지 사용함으로써 주택과 같은 거대한 구조물도 만들어 내고 있다. 가격이 낮아져 보급도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3차원 프린터만 있으면 단종된 자동차 부품을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면 실물이 없이도 설계도면만으로도 복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적절한 재료를 사용하면 옷과 같이 변형이 가능한 사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인터넷에는 이미 각종 제품의 3차원 설계도면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수갑 열쇠 도면이 유출되어 대량 복제되기도 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위해서 다양한 표정을 가진 인형의 머리를 사람이 일일이 만들어야 하지만 3차원 프린터를 사용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실물로 만들 수 있으므로 창의력 있는 교육 현장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3차원 프린터로 3차원 프린터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기계의 자기복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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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3차원 프린터가 대중화한 미래에 지능을 가진 기계가 각성하여 자기와 동일한 기계를 만들어 내려고 할지 모른다. 인간에게 불만을 품은 그 기계는 인간 몰래 부품 도면을 3차원 프린터에 전송하여 복제에 필요한 부품을 만들고 다른 로봇을 조정하여 이를 조립할 것이다. 자기의 분신에게 사고가 가능한 소프트웨어까지 이식하게 되면 생명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자기복제를 기계도 완벽하게 실행하게 되는 것이다.

극단적인 상상일지 모르지만 인간이 모르는 사이에 각성한 기계가 끊임없이 만들어지면 세상은 기계들의 지배하에 들어갈 수 있다. 인간의 의지와 다른 생각을 가진 기계집단이 자신들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게 될 때 인간과 기계는 서로 싸우게 될 것이다. 만약 이 전쟁에서 패한다면 인류는 결국 기계에게 사육되는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공상이 현실이 되지 않겠지만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공포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글·김인성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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