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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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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칠흑처럼 까만 머리에 주름살 하나 없는 얼굴. 로즈는 30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실제 나이는 이미 60대 중반. 그의 시간은 ‘수면병(기면성뇌염)’에 걸린 1926년, 21세에 멈춘 듯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고 있는 듯했지만 반응은 할 수 없었다. 그는 침대와 휠체어에 갇혀 40년 넘게 잠들어 있었다. 영원히 멈춰 있을 것 같던 그의 시계는 1969년 6월 18일 다시 째깍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엘도파(L-Dopa)라는 약물이 그의 긴 잠을 깨운 것.

저자 올리버 색스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등 다른 의학 저술로도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한 의사 작가. 무엇보다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과 똑같은 인간으로 보는 그의 시각이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올리버 색스는 레지던트를 마친 1년 후쯤부터 병원에서 실제로 경험한 일을 단순한 병상일지가 아니라 휴머니스트의 시각에서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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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병은 1916년 겨울 유럽 대도시에서 갑자기 나타나 10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5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뒤 사라졌다. 요행히 목숨을 건진 환자들은 의식은 있으나 완전히 깨어 있지 않은, ‘존재론적으로 중지된 상태’에 빠져들었다. 떨림, 강직증, 운동마비 등 5백여 가지 증상이 동반됐다. 1960년대 중반 뉴욕의 마운트카멜 요양병원에서 이 질병 환자들을 만난 올리버 색스는 당시 파킨스씨병 치료에 효과를 거두던 ‘엘도파’ 처방을 시작했다. 그러자 반세기 동안 잠들어 있던 환자들이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로즈 역시 엘도파 처방 열흘 만에 깨어났다. 하지만 기적 역시 열흘을 넘기지 못했다.

극심한 안구운동발작, 틱 경련이 찾아왔다. 그해 여름이 지난 뒤 그는 다시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 “되돌아보면 엘도파는 단 며칠 동안만 그를 반세기의 시간 단절에서 풀어 줬던 것 같다. 어쩌면 그는 ‘깨어남’을 견딜 수 없었던 잠자는 숲 속의 미녀였다.”

잠깐 동안 회복했다 긴 악화를 반복해 겪던 또 다른 환자 로버트는 죽기 일주일 전 갑자기 ‘정상’을 회복했다.

올리버 색스는 환자 20명의 이야기를 일지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환자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로버트 드니로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사랑의 기적>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글·

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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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송한나의 뮤지엄 스토리
송한나 지음 | 학고재·1만4천원
큐레이터인 저자가 전쟁, 역사, 삶 등을 주제로 박물관 14곳을 소개한다. 위안부 관련 유물을 전시한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과 홀로코스터의 참상을 전시한 ‘쇼아박물관’ 등 역사를 다룬 박물관과 함께 일상 속 친근한 소재를 다룬 ‘수도박물관’, ‘꼭두박물관’ 등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저자는 “박물관이 기억하는 공간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기억하는 행위까지 담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 박물관이 감당해야 할 새로운 과제”라고 말한다.

엄마가 사라졌다
수 코벳 지음 | 생각과느낌·1만1천5백원
패트릭의 엄마는 신문기자로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낸다. 중학생인 패트릭은 그런 엄마를 대신해 말썽쟁이 두 동생을 돌본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진다. 엄마의 잔소리를 귀찮아하던 아들, 직장과 집안일에 치여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엄마의 소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 소설은 사라진 엄마를 찾으며 집안일을 도맡아 하게 된 패트릭과 열두 살로 돌아간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가족 간의 ‘이해’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처음 읽는 우주의 역사
이지유 지음 | 휴머니스트·1만4천원
‘별똥별 아줌마’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저자가 과학 지식에 재치 있는 글솜씨를 버무려 쓴 과학 교양서다. 새로운 지식,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 하기보다는 우주에 대한 용어 해설 없이도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책이다. 우주론의 역사를 4세대로 나누고 계보도를 통해 설명하는 한편 딱딱했던 그래프도 입말로 풀어 이해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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