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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우리 영화의 국제경쟁력 인증받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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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베니스로 출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 영화가 큰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에타>에 대한 현지 취재진과 평가자들의 반응이 뜨겁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거든요. 기자시사회 때는 보기 드물게 기립박수까지 받았습니다.”

김의석 영화진흥위원장은 지난 9월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마치 김기덕 감독의 팬으로 시사회에 나온 듯했다”면서 베니스 현지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 영화가 국제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배경으로 강한 스토리텔링과 동양적 정서의 결합을 꼽았다. <피에타>는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사회 고발적인 주제를 다뤘다. 자본주의의 폐단으로 고통받고 있는 유럽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한국 영화가 2003~2006년 첫번째 전성기에 이어 2012년 들어 두번째 팽창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중국 등 아시아시장이 미국 시장을 압도할 날도 머지않았다고 평가했다. “지금이 우리 영화계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적기”라고 김 위원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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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가 큰 상을 받아 영화계가 한껏 고무돼 있는데.
“한국이 영화를 잘 만들고 경쟁력도 있다는 인증서를 받은 셈이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갔을 때도 경쟁부문에 출품된 21편의 영화 가운데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우리가 2편을 냈다. 이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로 한국 영화가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무대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 박찬욱 감독 등이 할리우드 스타를 데리고 영화를 만들고 있고 중국에서는 안병기 감독이 스카우트돼 메가폰을 잡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 영화의 무대가 세계로 넓어졌다.”

<피에타> 외에도 수상작이 있다던데.
“베니스영화제에 모두 3편의 우리 영화가 초청받았다. <피에타>와 함께 유민영 감독의 <초대>, 전규환 감독의 <무게> 등이 있었는데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초대>는 오리종티 부문 최우수단편상을, <무게>는 비공식상인 퀴어라이온상을 받았다. 오리종티 부문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다른 감독의 작품이 묻혔지만 모두 훌륭한 영화다.”

언제부터 우리 영화가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나.
“딱히 꼬집기는 어렵지만 한국 영화가 산업화 단계로 접어든 시점을 1999년 영화 <쉬리> 때로 보는 시각이 있다. 1천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지난 2003~2006년 사이 우리 영화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전성기를맞았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이 등장하며 <올드보이> <괴물> 같은 작품이 쏟아졌다. 그리고 다소 침체됐다가 글로벌화되기 시작한 건 2009년 말부터라고 생각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등이 잇따라 국제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다. 지금 두번째 전성기가 이어지고 있고 이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영화산업은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시장 규모로만 보면 세계 10위권이다. 국내에서 연간 1백50편의 장편 영화를 만드는데 절반가량이 상업영화다. 시장 규모로는 1조5천억원가량 된다. 지금은 미국 시장이 크지만 2~3년 내에 중국 시장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비해 영진위는 베이징에 필름비즈니스센터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도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연간 70편 이상의 독립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현실에서 이정도의 독립영화가 제작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돈 안 되는 일이라 개인의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어놓고 있지만 30여 개에 불과해 제작비를 뽑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상업영화와는 별도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제작비를 지원하고 개봉관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녹음 등에 필요한 현물 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독립영화는 우리 영화의 중요한 토대인만큼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대형 배급사와 영화계의 상생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던데.
“배급 또는 제작사와 영화계가 공생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작업현장의 문제 등 영화산업의 불합리한 부분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실무자 회의를 열어 영화 근로표준계약서 등을 만든 것도 소기의 성과다. 영화계 단체들과 CJ, 오리온 등 대기업이 동참하고 있다.”

국내 영화제를 세계적인 영화제로 육성하는 전략도 필요한 때다.
최근 들어 토론토영화제가 성장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은 전략적으로 도쿄·베이징영화제를 키우고 있다. 아시아 영화산업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부산을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만들 필요가 있다. 영화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곳에서 영화를 사고파는 시장으로서 기능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으로서 세계적 영화제로 발돋움할 수 있다.”

글·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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