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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걸프협력회의국’ 편중 벗어나 다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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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튀니지에서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독재 민주화 혁명이 급작스럽게 발발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은 이웃 아랍 국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어 ‘아랍의 봄’이라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왔고 현재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아랍의 각성으로 일컬어지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중동의 산유 왕국은 정권을 안정시키고 민심을 달래기 위해 고유가로 축적한 오일머니를 대규모의 주택 건설과 기반시설 투자에 쏟아붓고 있다.

2012년 초부터 한국 정부는 중동 산유국의 적극적인 인프라 유치 정책을 제2중동붐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기업의 현지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민주화의 물결이 휩쓸고 간 중동에서 한국은 1970~80년대 1차 중동붐 시기와는 다른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출 대상 국가·분야의 다변화와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출 대상국을 걸프협력회의(GCC: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국가 일변도에서 벗어나 리비아, 이라크, 이란으로 확대하고, 진출 분야 역시 플랜트, IT, 의료 산업 등으로 다각화하되, 특히 금융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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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중동의 왕정은 아랍의 봄 이후 정권을 공고하게 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복지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해 막대한 자금을 축적한 이들 국가는 사회 기반시설 확충, 주택 공급, 지역개발을 위해 해외의 인프라 공급자를 대대적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제2의 중동붐의 기회로 보고 글로벌 코리아와 중견국가 한국의 위상과 능력에 맞는 진출정책을 강구 중이다.

일각에서는 제2중동붐을 매우 불안정한 골드러시 구조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고유가에 더불어 촉발된 중동붐이지만, 이 현상은 달러화 약세와 투기 자본 득세라는 기형적인 국제경제적 요인, 미국의 정치안보 전략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추가 경제 제재, 핵 과학자 암살 시도, 테헤란의 핵 시설 선제공격 가능성이 이어지면서 중동지역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도 고조되었다. 이러한 위기가 국제유가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생산 쿼터제라는 대안을 내놓았고 OPEC 회원국의 공조 덕분에 유가는 곧 안정세를 회복할 것이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변수로 꼽히지만, 이들 국가 모두 이런 정책에 합의할 것이다. 합의를 파기하고 얻게 될 이득이 장기적인 손해보다 적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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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란은 지금 국제사회의 제재와 군사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석유를 정치화하려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석유 공급과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더라도 지금처럼 대대적인 인프라 유치사업을 50년간 계속해 확대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제2중동붐을 맞아 지속가능한 중동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기존의 GCC국가 집중 공략에서 벗어나 대상 국가의 다변화를 이뤄야 한다. 2000년대 우리나라의 해외 총수주액 가운데 49퍼센트가

걸프협력회의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지금껏 한국의 중동 경제 협력관계가 주로 산유 왕정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이제 한국은 이러한 미국식 대외관계 양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랍의 봄 이후 중동의 시민들은 잃어버린 자긍심을 되찾고 미래에 대한 설계에 한창이다. 비일관적인 중동정책을 고수해 온 미국은 역내 영향력을 현저히 잃어버렸지만, ‘어느 이웃과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겠다’고 독자적인 외교관을 표명한 터키는 중동국가들에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터키 수상 에르도안은 아랍의 봄 직후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아랍인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로 뽑히기도 했다.

역내에서 급부상하는 중견국가 터키가 패권국가와 확연히 구별되는 입장을 취하면서 아랍 시민의 마음을 얻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거대한 변화를 겪은 중동에서 한국은 보다 독자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다양한 나라와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비(非)걸프협력회의 산유국인 리비아, 이라크에서도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막대한 규모의 전후 복구와 국가 재건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이란 역시 시장 규모에서만큼은 걸프협력회의 국가를 압도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기술집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출의 다각화를 이뤄야 하고, 특히 금융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한다. 1970~80년대 1차 중동붐이 토목·건설 등 제한된 분야에서 단순 노동력을 제공하는 차원이었다면, 제2중동붐은 에너지 기술·플랜트·IT·의료·금융 산업을 핵심사업으로 내세워야 한다. 중동시장에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이 이미 값싼 노동력으로 단순 인프라 분야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중동은 전통적으로 상업 자본이 발달한 곳이기 때문에 금융 분야야말로 규모나 후속 사업 면에서 집중적이고 적극적인 진출확대가 요구되는 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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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지에서 싱가포르와 일본 은행이 유럽계 은행을 제치고 약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산유국의 국부펀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 역시 새로운 중동정책의 대안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오랫동안 한국은 중동을 석유 수입원이자 건설 투자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 그러나 이제 두 지역이 다국적 평화유지군 활동을 비롯하여 국제기구 내 공조를 통해 국제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경제관계도 무역 파트너의 차원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이 필요하다.

글·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실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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