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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안방 파고든 한류 덕에 한국 이미지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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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진풍경이 펼쳐졌다.

온몸을 차도르로 둘둘 싸맨 아랍 여성들의 손에 ‘We love Korea’라 적힌 응원 팻말이 들려 있고,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아버지는 태극기 펄럭이는 영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문 행렬이 입장을 기다리는 곳은 ‘대한민국’이라는 한글이 선명한 한국관. 사우디아라비아 자나드리아 문화축제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한국의 역사·문화와 정치·경제를 보고 느끼려 찾은 사람들이다.

자나드리아 문화축제는 26년간 이어진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문화축제로 압둘라 국왕의 주재하에 사우디아라비아 각 지역을 홍보하고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국가적 행사다. 2008년부터 매년 한 나라를 주빈국으로 초청해 주빈국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2008년 터키, 2009년 러시아 등에 이어 우리나라가 2012년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를 제치고 우리나라가 초청받았던 이유는 최근 중동 지역에 부는 한류의 영향도 있었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한 우리나라의 성장과정과 역사·문화를 배우려는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층의 의지도 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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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문화
제2중동붐이 1970~80년대 제1중동붐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한류처럼 우리나라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월 9일부터 24일까지 16일간, 자나드리아 문화축제가 이어진 동안 한국관을 찾은 사람은 14만4천여 명에 달한다.

관람객 중에는 정치·사회·경제 지도층 인사는 물론 가족, 친구와 함께 온 일반 시민도 많았다. 관람객 중에는 K팝 스타가 등장하는 영상물을 보며 스타의 이름을 하나하나 읊는 여성들도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이 각국에서 기록한 시청률은 중동 지역의 한류를 대표적으로 설명해 준다. 2007~2008년에 이란 국영방송 IRIB를 통해 방영될 당시 시청률은 86퍼센트였다.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되는 금요일 밤 9시 수도 테헤란 도심의 거리가 한산했다고 할 정도다.

드라마 <주몽>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85퍼센트, <허준>은 이라크에서 80퍼센트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월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 부인의 초청으로 <허준>의 주연 배우 전광렬이 국빈방문했을 때, 곳곳에 인파가 몰려들어 통행이 어려웠을 정도다.

<대장금>의 성공은 다양한 방송 콘텐츠 수출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터키 이스탄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최한 ‘방송 콘텐츠 쇼케이스’에서는 드라마 <추노> <동이> <뿌리깊은 나무>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휴먼다큐 사랑> 등도 현지 방송사에 판매됐다.

kbs월드
방송통신위원회는 쇼케이스를 마치고 “현지 방송사들이 드라마뿐 아니라 교육·어린이 프로그램,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앞으로는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나 공동제작 등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KBS의 국제방송 위성채널 KBS월드가 6월 1일부터 아랍에미리트에서 방송을 시작했다고 밝혀 방송 콘텐츠의 중동 진출이 본격화했음을 알렸다. KBS월드는 아랍에미리트 공영통신사 에티살라트(Etisalat)의 자회사인 E-vision과 계약을 맺고 드라마, 교양, 오락 및 보도 프로그램을 중동 지역에 방송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부는 K팝 열풍도 중동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코트라 중동 11개 도시 무역관이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인 절반 이상은 K팝을 들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특히 1~2주일에 한 번은 K팝을 듣는다는 팬 중에는 20대가 40퍼센트, 10대가 33퍼센트를 차지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4월 22일에는 아이돌 그룹 ‘제국의아이들’이 K팝 가수 최초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직접 공연을 보고 싶다며 플래시몹 공연을 펼칠 정도로 열정적인 중동 팬들의 환호가 뒤따랐다.

공연을 기획한 ‘토털 리소스 인터내셔널’ 정숙천 대표는 “K팝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관객의 80퍼센트가 20대 여자 대학생이었는데, 보호자로 따라온 어머니나 오빠 등 가족들이 놀랄 만큼 열광적인 분위기였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7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한류동호회가 8백43개에 달한다고 발표하며 이 중 아프리카·중동 지역에만 35개, 2만명이 한류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K팝 열풍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9월 이집트 카이로 아인샴스대학교에서 치러진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는 1백64명이 응시해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평가받았다.

이집트의 명문대학교로 손꼽히는 아인샴스대학교는 2005년 한국어과를 개설했다. 이 학과 오세종 교수는 “이집트 주재 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는데, 주 이집트 한국대사관에서 개설하는 한국어 강좌에는 매년 8백명 넘는 수강생이 수업을 듣는다.

중동서
문화 전반으로 번진 한류 덕분에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호감도도 늘어났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동 지역에 판매되는 TV 중 55.5퍼센트가 한국 제품이고 자동차는 2011년에 전년보다 7.3퍼센트 증가한 46만9천대가 팔렸다. 특히 우리나라의 발달한 정보통신기술(IT)이 알려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은 입소문만으로 올해 초까지 1백만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자나드리아 문화축제에서 한국관 운영을 이끈 문화체육관광부 한민호 국제문화과 과장은 “1970~80년대 건설 근로자들을 주로 기억하던 중동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지고 있다”며 “활발한 정치·경제 교류에 문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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