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소방공무원의 수는 최근 10년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소방조직의 중심부는 ‘내무부 소방국’에서 ‘소방방재청’으로 바뀌었다.
소방공무원의 인기도를 반영하듯이 채용 경쟁률은 수십 대 일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러한 외형적 변화 또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 소방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나 소방공무원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소방은 매우 위험하고 그래서 딱하고, 책상에 앉아 부패와 연결되는 그런 조직이 아닌 것이다. 전국 조직을 대상으로 한 청렴도 조사 최우수 조직 순위에서 심심치 않게 소방 부서가 눈에 띄는가 하면 터키, 대만,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재난 현장에서 우리의 119구조대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소방’을 꼭 필요한 공조직으로 손꼽는다.


119구급서비스를 받으면서 ‘세금 낸 보람’을 느낀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이렇듯 소방의 성장은 참 좋은 일이고 잘된 일이다. 그러나 OECD 국가로서 그리고 세계 유수의 공업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위상에서 보면 아직도 소방의 갈길은 멀고 그리 간단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세계 각국에서 소방은 이미 ‘멀티 기능’ 또는 ‘피해경감을 위한 총체적 해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소방’ 하면 ‘불자동차’이고 그래서 불끄는 조직이라는 관념은 실제 업무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화재진압’이 소방 업무 중 가장 위험하고 어려운 일인 것은 사실이나 업무로서의 점유율은 전체 1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교통사고출동에서 동물피해방지나 구조, 풍수해 대응, 응급이송 등 고령화와 공간적 복잡화, 에너지 사용의 가속적 증가, 생활의 다양화에서 비롯된 신체손상이나 생명 보호, 재산 보전을 위한 긴급대응의 필요성이나 유형 등 소방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상황요소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국민부담 측면을 고려할 때 소방력을 물리적으로 증가시키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사고나 재난의 발생을 줄이면서 긴급대응의 효과성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도화하면서 우리 나름의 우리 사회에 맞는 소방 역량의 비용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또 한편에서 매우 완고한 그리고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하여 좀처럼 그 해결의 실마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우선 안전의 기반을 공고히 하려면 무엇보다 범부처적인 융·복합적인 정책적 조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비교가능한 어떤 나라보다도 부처 간, 법제 간의 괴리가 크다. 이를 해소·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은 번번이 그 장벽을 넘지 못한다.
한편 안전의 문제가 노출되는 경우 정확한 현상진단과 해법의 도출보다는 ‘엄벌주의’ 같은 국민 정서 대응형 해법이 난무한다. 망각과 함께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건축법’과 ‘소방법’이 그렇게 안 맞아 돌아가고 산업안전 보건법이나 안전법이 따로 놀아도 전체를 선진화시킬 미래지향적 구조가 수없이 논의되어도 정작 이들을 조정할 위치에는 아무도 없다.
청와대나 중앙 부처에 ‘안전’이라는 복합적 이슈를 총체적으로 들여다봐 줄 ‘수석비서관’ 직책 신설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재난이나 사고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原因’보다 ‘遠因’을 따져서 근원적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선진 각국은 나름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민간 전문기관을 부처연계나 통합의 테이블로 활용하거나 소통과 교류를 위한 부처 간의 접점을 유지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좁은 국토면적과 높은 인구밀도, 그나마 산악지형을 빼면 결국 대부분의 거주공간 형태가 도시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재난발생 시 긴급대응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 공간이나 초고층, 대규모 공업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소방법을 비롯한 각종 법령에 준해 설치된 자체 안전시스템으로 우선 해결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고 자체가 관련 안전규제에 의해 예방되는 것이다. 그리고 매우 드문 최악의 경우에 한하여 소방력이 집중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물론 평상시의 소방력은 다양한 생활안전과 구급, 구조 업무를 시행해 ‘국민생활의 안심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에도 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화재사건과 내장사 대웅전 소실, 대형 창고 화재나 화학공장 불산 유출 등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았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재난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험도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문명의 특성’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는 좀더 미래지향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규모와 역할 측면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급성장해 온 우리나라의 119. 이제부터는 국민의 안전이라는 보다 큰 그릇을 바탕으로 발전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글·윤명오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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