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멀티 소방공무원은 다양해지는 재난현장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능력을 갖춘 소방관입니다.”
경기도 광주소방서 119 구급구조대 구급팀 가기혁(29) 소방사는 ‘멀티 소방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다기능 소방관으로도 불리는 멀티 소방공무원에 대한 기준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진압, 구조, 구급, 운전, 화재조사 및 소방관련 기술 6개 분야에서 3개 이상 자격을 취득한 능력자를 가리킨다.
가기혁 소방사는 일단 소방서 내에서 체력적인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 대학시절 수상 인명구조 자격을 취득한 그는 중학교 때 부터 수영선수 생활을 했다. 수영실력을 바탕으로 2010년 경기도 소방기술 경연대회에 출전해 개인 수난구조 분야 3위에 올라 경기도지사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소방왕 선발대회에 출전, 개인 구조분야 3위에 올라 그해 10월 전국에서 최고의 소방관을 가리는 전국소방왕선발대회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화재진압 분야 3위(단체전)를 차지했다. 이 대회에서 경기도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제17회 ‘KBS 119상’ 구조분야 본상을 수상했다. KBS 119상은 구급·구조분야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상이다.
“소방관이 된 지 5년 만에 이런 큰 상을 받았다는 건 더없는 영광입니다. 원래 10~15년 정도 경력을 지닌 베테랑 구급대원이 노려볼 만한 상이거든요. 사실 저보다 훌륭한 소방관이 많은데 이런 상을 제가 받게 되어 무척 송구스럽기도 합니다. 그만큼 열심히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전문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난 2008년 9급특채로 임용된 가 소방사는 말 그대로 구급이 전문이지만, 이를 더 갈고 닦기 위해 비번인 날 충북 증평의 한국교통대학을 찾아 응급구조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장에서 다른 소방관들로부터 배우는 것도 큰 부분이다. 특히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소방관은 좋은 동료이자 교사다. 특히 같은 구급팀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이현석(34) 소방교는 구조분야의 선배 겸 교사 역할을 한다. 이 소방교는 가 소방사에 대해 “열심히 하고 일도 빨리 배운다. 소방관으로서의 자긍심도 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데에는 소방서 측의 도움도 컸다. 동료 소방관들은 그가 학교에 늦지 않도록 한두 시간씩 일찍 교대해줬다. 양승춘 구조구급대장도 이것저것 편의를 많이 봐줬다.
가 소방사가 몸담고 있는 경기도 광주 소방서는 본청 외에 초월(본청 내)·경안·오포·곤지암·능평 119안전센터 5개소에서 총 1백60명의 소방공무원이 광주시, 27만명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총 출동건수 1만7천9백55건. 이 중 화재는 2백97건, 구조는 2천6백42건, 구급은 1만5천16건에 이른다. 참고로 경기도의 1일 평균 119 구급 출동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천9백99건으로 전국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이처럼 구급 출동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지역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광주시의 경우 몇 동씩 모여 있는 소규모 아파트 단지와 농촌지역이 교차하는 도·농복합지역인 데다 전체 면적이 4백20제곱킬로미터로 인근 성남의 3배에 달해 현장 도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관내에 종합병원이 없어 환자를 분당이나 서울로 이송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밖에 일부 주민들이 가출한 가족찾기 등 사적인 일에 소방서의 휴대폰 GPS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마치 사고가 난 것처럼 허위신고하거나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는 등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도 일선 소방관들의 힘을 빠지게 만든다.
가 소방사는 “광주 소방서에서 넓은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정말 위급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허위신고를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방관 생활은 체력적 부담도 크다. 구급팀의 경우 출동빈도가 높아 3개팀이 3주를 주기로 3교대(2인 1조) 근무를 하기 때문에 생활리듬이 불규칙하다.
3주마다 이틀씩은 24시간 당직 서는 일도 피로를 가중시킨다.
사실 그는 소방관이 되기 전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시절 적십자사 자원봉사를 통해 느낀 보람도 소방관에 지원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헌혈에, 인근 지역학생들에게 응급처치교육 등 바쁜 틈을 쪼개 꾸준히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제 5년차, 남들 일할 때 쉬고, 남들 쉴 때 일하다 보니 인간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한다. 소방관 생활 중 큰 사고였던 2011년 2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우성 냉동창고 신축현장 붕괴사고도 그에게는 소방관으로서의 보람과 애환을 함께 남긴 사건이 됐다. 당시 광주 소방서는 전 소방관에 비상소집명령을 내렸고, 가 소방사는 이날 오후 3시에 현장에 도착, 매몰자 수색에 투입돼 17시간 연속 작업 끝에 실종됐던 근로자 1명을 발견했다.
“겨울철은 사건·사고가 많아 현장 활동을 안전하게 하는 게 가장 큰 목표지요. 개인적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학업을 잘 마무리하고 물론 내년에는 장가도 가야겠죠.”
글ㆍ남창희 객원기자 / 사진·장은주 기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