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의 삶의 질은 매우 높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소방의 수요는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누구나 곤란한 상황을 당할 때 생각할 겨를 없이 119 버튼을 누르게 된다. 119구조대는 술에 취한 사람의 안전한 귀가를 도와주고, 대문 따주기, 벌집 제거 등등 농촌·도시 구분 없이 신고자에게 안락한 주거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러한 일은 많은 작업시간을 요하고, 때론 허탈감도 가져다준다.
화재현장과 사고현장에서 중상자를 구조하고 사망자의 모습을 눈에 담아야 하는 소방관들은 대부분 정신적인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119구조대가 출동하는 교통사고 현장의 부상자는 부상 정도가 극히 심각하다. 화재현장 피해자의 상태를 가장 근접해서 봐야 하는 구조대원의 정신건강은 과연 어떠할까?
지난해 소방방재청이 소방공무원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방공무원의 약 40퍼센트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혹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4년간 26명의 소방공무원이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남은 유가족들의 몫이다.
선진국일수록 소방안전에 대한 투자가 매우 높다. 일본은 정신건강센터를 설립해 소방관들이 1년에 두 차례 정신건강 상담과 치료를 받게 하고 있다. 소방관의 가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은 화재나 구조 현장에 재난심리전문가가 함께 출동해 현장에서 즉시 심리카운셀링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 현실에 비춰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119’를 향해 국민은 높은 신뢰를 보낸다. 명실공히 성공한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성공한 정책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어느 만큼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소방관이 받는 처우에 관한 부분은 또 어떤가. 우선, 소방관이 전문가와 정기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한 예산 편성이 시급하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소방관 및 그 가족을 위한 정신건강 전문센터를 설립해 운영해야 한다.
전쟁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게 된 요즘이다. 소방관들은 재난현장에서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재난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다 순직한 소방공무원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사망보상금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소방공무원도 군인 못지않게 위험한 직업이다.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해 이들이 마음놓고 재난현장으로 뛰어들어 갈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순직 소방관 유가족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디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생활환경이 더 안전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김엽래 경민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 전국소방학과교수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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