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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장애인도 함께하는 곰두리봉사회의 농촌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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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이대로 TV에 출연해도 되겠네. 오랜만에 머리 다듬으니 기분 좋으시죠?”

녹음이 짙던 7월 중순, 경기도 용인 길업마을. 40가구가 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곰두리봉사회 회원 15명이 마을을 찾아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을 시작한 덕분이다.

아침 일찍 도착한 봉사회 회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마을 곳곳을 돌아다녔다. 한 팀은 구석구석 방역 작업을 시작했다. 지역자치단체에서 방역 작업을 하기는 하지만 교통이 불편하고 인구가 적어 필요한 만큼 이뤄지지 않는 터라 주민들은 봉사회 회원들의 손길을 더욱 반겼다. 더운 날 땀까지 흘리던 봉사회 회원들은 할머니가 건네는 시원한 물 한 잔에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다시 소독약 통을 잡았다.

마을 한켠에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때 아닌 외모 자랑이 이어졌다. 봉사회 회원들이 작은 운동장에 천막을 치고 각종 미용용품들로 채운 임시 미용실을 만들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맞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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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을 위해 기술을 배워온 봉사회 회원들의 손놀림이 정성스러웠다. 길업마을에서 가까운 미용실까지는 차로 꼬박 10분이 넘는 거리. 자주 찾아가기 어려워 이리저리 뻗친 머리를 회원들에게 맡긴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루 종일 길업마을 곳곳에서 곰두리봉사회 회원들은 쉽게 눈에 띄었다. 열심히 봉사활동에 임했기도 하지만, 회원들이 입고 있는 조끼 덕분이기도 했다. 한쪽 다리를 서로 묶은 곰 두 마리가 그려진 초록 조끼가 상징하는 것은 곰두리봉사회의 독특한 이력이다.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 당시 장애인을 위한 차량 이동 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는 곰두리봉사회를 나타낸 것이다.

현재 곰두리봉사회 회원 수는 2천6백66명이다. 이 중 20퍼센트가 장애인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늘 같은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창립 당시부터 시작했던 차량 봉사활동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다 전국체육대회나 각종 시험장 등으로 점차 범위를 넓혔다. 호스피스 자원봉사, 재해구호 활동과 청소년 선도활동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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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회를 이끄는 김현덕 회장 역시 장애인이다. 한 살 무렵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한 김 회장은 그러나,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보살핌만 받아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차별적이다”고 강조했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비장애인이나 다름없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보통 장애인들은 사회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약자로만 인식해온 것이 사실. 김 회장은 이런 편견에 도전하려 곰두리봉사회를 조직했다.

김 회장은 “1988년 처음 봉사회를 만들 때부터 ‘수혜자’이기만 하던 장애인의 삶에 능동성을 되찾자는 의도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다”며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관계없이 회원 모두가 참여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곰두리봉사회 회원 한명 한명은 보통 봉사활동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저 ‘봉사활동을 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좀 더 능동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등 삶이 바뀌는 경험을 한 회원도 많다”는 것이 김 회장의 얘기다.

올해 들어서는 재능기부 활동을 새로 시작했다. 김 회장은 “창립 24년째 되다보니 어떤 봉사활동을 해야 사회에 좀 더 보탬을 줄 수 있을까, 회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우연히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진행하는 스마일 재능뱅크 사업을 접하고 재능기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스마일 재능뱅크 사업은 농림수산식품부와 스마일 농어촌운동국민운동 추진위원회가 이끄는 농어촌 재능기부 캠페인이다. 각자가 가진 재능을 충분히 활용해 급격히 고령화되는 농촌에 실제로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활동이다. 2011년 8월 처음 시작한 후로 2만명이 넘는 재능기부자들이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데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곰두리봉사회도 그 중 하나인 셈이다.

곰두리봉사회 회원들은 경기도 용인 길업마을과 충청북도 청원 내곡동 마을에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마을 곳곳에 방역작업을 하고 이미용 전문가인 회원들이 나서 노인들의 외모를 다듬는다. 7월 17일 길업마을을 찾았을 때는 마을 주민 모두가 몰려 나와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기도 했다. 곰두리봉사회 석춘화 팀장은 “방역작업과 이·미용 봉사 모두 마을 어르신들에게 꼭 필요한 맞춤 봉사활동이었다”며 “봉사받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니 회원들이 더 신명나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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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회 회원들은 재능기부 활동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길업마을에서 방역 작업을 펼친 배문순 충북지부 회장도 한쪽 다리가 불편해 2급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배 회장은 방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길업마을 모든 가구에 방역 작업을 마친 후 “일상적인 업무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은 물론 내 직업과 재능에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 배 회장의 소감이다. 이·미용 봉사에 나섰던 회원들도 앞다투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며 “재능을 갈고 닦아야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석춘화 팀장은 “단지 남을 도와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자아를 가꾸어나가는 것이 원래 봉사활동의 의미”라며 “장애인들도 함께하는 곰두리봉사회의 재능기부 활동이 봉사활동의 본래 의미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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