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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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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유의 음식 쌈밥이 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음식전문지 <레스토랑>은 한인 2세 데이빗 장이 경영하는 뉴욕의 퓨전 쌈밥집 ‘모모푸쿠 쌈바’를 지난 2009년 이후 4년 연속 세계 50대 레스토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시카고트리뷴>은 쌈밥을 건강음식으로 소개하면서 입맛대로 골라서 싸 먹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언론인 이규태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내부를 외부로부터 가리는 내포문화라 했는데 그것이 음식에 투영되어 나타난 것이 쌈밥이라고 했다.

쌈밥은 들에서 일을 하다가 현장에서 캔 채소를 날로 먹는 ‘들밥’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쌈을 먹는 것은 복을 먹는 것이라 여겼다. <동국세시기>에 “보름날에는 취나물이나 배춧잎, 혹은 김에 밥을 싸서 먹으니 이것을 복쌈이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현대의 영양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자양분이 듬뿍 들어 있는 야채를 밥과 함께 다량 먹는 것은 복을 먹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쌈채소인 상추를 옛날에는 은군초(隱君草)라 하여 음욕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상추를 서마지기 반이나 하는 년”이라는 욕이 다 생겼고, 텃밭 한 귀퉁이에 숨겨서 갈아 먹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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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들도 우리 상추를 귀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중국의 고문헌 <천록지여(天祿識餘)>에 고려 상추는 질이 좋아 천금을 줘야 구할 수 있는 값진 채소라는 의미의 ‘천금채(千金菜)’라 한다는 대목이 나올 정도이다.

상추 외에도 쌈재료는 다양하다. 쑥갓, 깻잎은 물론 콩잎, 취, 미나리잎, 머윗잎, 산씀바귀, 고춧잎, 소루쟁이잎, 아주까리잎, 시금치, 우엉잎으로도 싸 먹고 양배추나 어린 호박잎도 쌈재료로 동원된다.

18세기에 출간된 <성호사설(星湖僿說)>은 “소채 중에 잎이 큰 것은 모두 쌈을 싸서 먹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땅에서 나는 채소 외에 바다에서 나는 미역이나 다시마도 지금까지 사랑받는 훌륭한 쌈재료이다.

원래는 쌈도 그때그때의 제철 채소로 싸 먹는 시식이지만 신선한 재료가 없는 겨울철에는 말린 나물을 물에 불려서 싸 먹기도 한다.

쌈을 먹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쌈장이다. 쌈장은 대개 된장과 고추장을 적절히 섞고 깨, 참기름, 양파, 마늘, 파 등의 양념을 넣어서 만들지만 취향에 따라 다진 쇠고기를 넣고 볶아서 만들기도 한다. 갖가지 재료에다 된장을 넣고 되직하게 끓여 만든 강된장은 찐 호박잎쌈과 잘 어울리는 쌈장이다. 쌈을 쌀 때 구운 고기를 곁들여도 맛있고 고등어조림이나 조기조림을 얹어 먹어도 별미이다.

조선 말기 궁의 쌈 상차림에는 절미된장조치(쇠고기된장찌개), 병어감정(병어고추장조림), 웅어감정, 보리새우볶음, 장똑또기(장조림), 약고추장 등이 곁들여졌다.

하지만 쌈이 그리 점잖은 음식으로 대접받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가 저술한 수신서 <사소절(士小節)>에는 쌈을 쌀 때 직접 손을 대고 싸서는 안 된다고 했고, 입을 크게 벌리고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나 쌈은 역시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의 한 구절처럼 “두 손으로 들어올려, 종루에 파루(罷漏)친 후에 남대문 열리듯 입을 떡 벌리고 밀어 넣어” 가며 걸지게 먹어야 제맛이 난다. 서울 평창동의 ‘강촌쌈밥’은 다양한 쌈재료와 돌솥밥에 견과류를 섞은 쌈장을 올려 먹는 쌈밥이 유명하고, 논현동의 ‘원조쌈밥집’은 대패삼겹살을 곁들이는 쌈밥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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