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재소자·출소자 사회적응 지원 강화한다

1

 

동기가 불분명한 범죄, 소위 ‘묻지마 범죄’가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있다.

지난 8월 3일 서울 영등포구 골목길에서 발생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모(27)씨는 귀가 중이던 장모(여·40)씨를 흉기로 12차례 찌른 혐의로 구속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던 이씨는 빚 1천2백만원을 지고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장씨에게 분노를 쏟아부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살하려고 며칠 전부터 흉기를 갖고 다녔는데 술김에 누군가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고 말했다.

8월 18일에는 1호선 의정부역 플랫폼에서 유모(39)씨가 10여 분간 흉기를 휘둘러 시민 8명이 다쳤다. 유씨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최근 10여 년 동안 뚜렷한 직업 없이 일용직 건설 노동자 일을 전전하며 고립된 삶을 살아왔다고 한다.

4

2
8월 21일 수원에서는 강모(39)씨가 한 유흥주점에서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한 후, 주점과 인근 단독주택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살해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흉악한 성범죄도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4월에는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고, 7월 16일에는 경남 통영에서 김모씨가 이웃에 사는 여자아이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8월 20일에는 성폭행 전과자 서모(42)씨가 전자발찌를 찬 채 서울 광진구 주택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의 배경에 경쟁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의 분노 축적,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의 정신적인 문제, 가족 해체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예전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가족 관계 안에서 잘 해결이 되거나 치유되지 않아도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돌봐주곤 했지만, 가족이 해체가 되면서 사회가 이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히키코모리’라고도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를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의 안석균 교수는 “다른 사람이 내 욕을 할까 봐 집 밖에 못 나가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길에서 공격할 수 있겠느냐”며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며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과 은둔형 외톨이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
성범죄의 원인으로는 인터넷만 접속하면 언제든 음란물 등 유해 매체를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성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을 갖기 쉬워진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5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와 성범죄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엄벌주의’만 내세우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양형 문제도 다룰 필요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묻지마 범죄와 성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사람으로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낙오자들을 위한 완충장치가 될 수 있는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개인뿐 아니라 학교, 기업, 지역사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곽금주 교수는 “여의도 사건의 경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어느 날 폭발한 것인데, 이를 미국 버전으로 바꾸면 직장에 들어가 총기 난사를 하는 것쯤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직장 내 스트레스 문제를 기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가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본질적인 대책으로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수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덕,

윤리 등의 교과 과정 안에 인성교육을 녹였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따로 시간을 내서 인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성폭력 사범에 대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출소자 일자리 제공 사업을 확대하는 등 재소자와 출소자의 사회 적응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민들이 스스로 정신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도 실시할 예정이다.

글·하주희 기자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