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1

 

요즘 와서 전어처럼 출세한 생선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이 왔다 싶으면 시중의 신문, 잡지들은 앞다투어 전어 소식을 전한다.

음식깨나 찾아 먹는다는 사람들은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느니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이니 해가며 잘하는 횟집을 찾아 나설 정도이고, 남해안과 서해안 곳곳에서는 전어축제까지 열린다. 옛날에는 흔해빠져서 바닷가 사람들이나 먹던 잡어가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급기야는 그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대량양식까지 하기에 이르렀으니 생선팔자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17세기 초에 허균이 조선팔도의 명물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도문대작>에도 전어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허균이 전어 맛을 몰랐다기보다는 너무 흔한 생선이라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두각을 나타낼 조짐은 그 이후에 나타난다. 19세기 초의 <자산어보>는 전어를 “기름이 많고 달콤하다. 흑산에도 간혹 나타나나 연안의 것만은 못하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의 <난호어목지> 역시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한 사람이나 천한 사람이나 모두 좋아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여 전어(錢魚)라 한다”고 적고 있다.

전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대 중국의 돈 모양 같아서 전어라 했다고도 하고 화살촉을 닮아 전어(箭魚)라 했다는 설도 있다.

전어는 별칭도 많은데 지역에 따라 새갈치, 어설키, 빈즈미, 전애 등으로 부르고, 크기에 따라 큰 것은 대전어 또는 떡전어, 중간 것은 엿사리, 작은 것은 전어사리, 엽삭, 뒈미, 뒤애미라고도 한다. 일본에서는 사무라이가 할복할 때 사용했다 하여 복절어(腹切魚)라는 으스스한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어쨌거나 가을에 기름이 바짝 오른 전어는 맛있다. 진해 출신 시인 정일근이 쓴 ‘가을전어’에서 “제철을 아는 것들만이 아름다운 맛이 되고 약이 되느니/ 가을 햇살에 뭍에서는 대추가 달게 익어 약이 되고/ 바다에서는 전어가 고소하게 익어 맛이 된다”고 노래한 것처럼 말이다. 전어는 회는 물론이고 구워도 맛있고 젓갈을 담가먹어도 그만이다.

4

2
전어회는 다른 생선처럼 포를 떠서 먹는 것보다 뼈째 썰어서 시인의 표현처럼 “조선 콩 된장에 푹 찍어” 깻잎에 풋고추, 마늘과 함께 한주먹 싸서 입에 우겨넣고 어적어적 씹어 먹어야 제맛이 난다.

남해안 일대에서는 갖은 채소에 초고추장과 달곰새금하게 버무려서 무침으로도 먹고, ‘통마리’라고 해서 아예 전어 한 마리를 통째로 피도 빼지 않고 어슷어슷 칼집만 내서 김치에 싸먹기도 한다. 싱싱한 횟감 전어를 굵은 소금 술술 뿌려가며 노릇노릇 구워 뼈째 대가리부터 꼭꼭 씹어 먹으면, ‘바다의 깨소금’이라고들 하는 그 별나게 꼬소롬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전어로 젓갈도 다양하게 담그는데 치어로 담근 것은 엽삭젓 또는 뒈미젓이라 하고, 내장으로 담근 것은 전어속젓, 내장 중에서도 위만 모아 담근 것은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한다.

남도사람들은 밥을 전어밤젓에 슥슥 비벼 걸지게 먹기도 한다. 전어를 통째 넣고 무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담그는 전라도식 전어깍두기 역시 별미 중의 별미라 할 만하다. 경남 진해의 ‘남해횟집’은 씨알 굵은 떡전어로 유명하고 충남 홍원항의 ‘너뱅이등대횟집’에서는 서해안 전어를 맛볼 수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 잠원동의 ‘진동횟집둔’이 남해안 전어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