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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건전재정은 외부충격 이겨낼 최후 보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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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은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적정한 경기대응 역할도 수행하도록 재정지출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편성했습니다. 국민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내년도 관리대상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3퍼센트(약 5조원) 수준이며 이는 대외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한 것입니다. 유럽연합(EU)이나 국제기준으로도 ±0.3퍼센트를 균형재정 범위로 보고 있으니까요.”

이석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내년 예산안을 준비하면서 재정건전성과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라는 어떻게 보면 다소 상충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목표와 가치를 조화시키려고 많은 고민을 했다”며 “가장 우선시 했던 점은 재정건전성 기조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총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5.3퍼센트 증가한 3백42조5천억원 규모지만 재정융자지출 6조7천억원을 이차보전방식으로 전환하는 재정운용방식 개선을 통해 실제 총지출 증가율을 2퍼센트 포인트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2균형재정 혹은 건전재정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이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요.
“재정이라는 것은 ‘경제의 최후 보루’라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건전재정은 우리 경제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지켜주는 버팀목이자 사회적 약자를 지켜주는 원천입니다. 재정이 건전해야 글로벌 경제위기 시에 선제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습니다. 건전재정은 공기와 같아서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죠. 내년 예산은 대외적 시각에서 재정건전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편성했습니다. 실제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어 균형재정을 이루는 시점은 2014년입니다.”

내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이 5.3퍼센트로 설정됐습니다. 현재의 경제 여건상 세입을 확충하기가 어려울 텐데 지출증가에 걸림돌은 없습니까?
“그래서 정부가 직접 자금을 조성해 융자를 시행하던 재정융자 사업일부를 시중의 풍부한 민간자금을 활용한 이차보전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낮은 재정융자 금리와 민간 대출금리와의 차이를 금융기관에 보전함으로써 정부의 재정지출은 줄이고 기존의 재정융자와 동일한 효과를 거두게 되는 거죠. 이는 민간금융기관의 유동성을 활용해서 재정의 외연을 확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재정운용방식 개선을 통하여 6조7천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생겼고 이를 경기대응·민생안정·지방지원 등 꼭 필요한 곳에 중점적으로 투자했습니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로 예상한 것은 지나친 낙관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유럽의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올해 경기보다는 내년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데 경제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내년에 3퍼센트 후반~4퍼센트 내외를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경제성장률을 4퍼센트로 잡았다고 해서 내년의 경제상황을 낙관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단지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우리가 목표하는 경제성장률이 4퍼센트이고 여기에 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복지 분야 총지출 증가율이 감소했는데, 이는 복지의 후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복지지출 증가율이 감소했다는 주장은 일종의 착시현상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내년 예산에서 복지 분야 지출 증가율은 4.8퍼센트입니다. 총지출 증가율 5.3퍼센트 대비 0.5퍼센트포인트 낮은 것이죠. 그래서 복지예산이 줄었다고 보이는 것이고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이차보전방식으로 전환한 주택구매 등 융자금 5.5조원을 포함하면 실제 복지 분야 예산 증가율은 10.8퍼센트에 이릅니다. 이는 내년의 실제 총지출 증가율 7.3퍼센트보다 3.5퍼센트 높은 수준입니다.”

정치권에서 일부 복지예산에 대해 증액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정부의 동의를 받아서 증액하거나 새로운 항목을 추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예산안은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해 다음 정부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적 시각이 있고 그를 통해 국가신용등급과 각종 국가지표가 매겨집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증액을 하더라도 이런 대외적 시각과 우리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정치권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데 내년 예산안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내년에는 민간 고용시장 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일자리 예산을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0조8천억원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증가율은 8.6퍼센트로 2009년 추경편성 시를 제외하면 정부안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청년, 베이비붐 세대에 적합한 일자리를 중심으로 재정지원 일자리 59만개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올해보다 2만5천개 확대된 규모입니다.

또 ‘일하는 복지’ 구현을 위해 구직자들의 근로유인을 높이고 생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자리 안전망’ 지원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예를 들면 내년부터는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매달 40만원의 훈련수당을 받게 되고, 65세 이상 구직자나 영세 자영업자도 실업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기타 내년 예산에서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서비스산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할 예정입니다.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한 문화펀드 출자라든가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한류나 K-팝 열풍이 이어지려면 문화의 저변확대가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일부 문화·예술인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인의 취업교육이나 창작준비 지원 사업, 그리고 서울 홍대 부근 인디밴드 연습장 건립 등에 예산을 반영해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초 예술분야 활동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예산실이 갑(甲)이란 자세로 일하면 소통이 될 리가 없겠죠. 예산실이 중심을 잡되 이해관계자와 많은 대화를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정치권의 목소리는 광의의 개념에서 국민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안 마련 과정에서 정치권의 목소리도 잘 듣고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예산안에 대한 언론의 엇갈린 평가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내년 예산안이 지향한 두 가지 가치, 즉 재정건전성과 재정의 적극적 역할 중 어느 한쪽만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내년 예산안에 대해 다소 상반된 평가가 나오는 것은 재정건전성과 재정의 적극적 역할 두 부분에서 그만큼 균형을 잡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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