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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이들에게 쓰레기통은 보물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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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충무로 영상센터 9층의 이큐브랩 사무실. 책과 노트북, 기계부품이 들어찬 20평방미터 남짓한 공간에서 20대 청년들이 뭔가에 바빴다.

“성구형, 지난번에 부탁한 제안서 변경 어떻게 됐어?”

이승재(26·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 4년 휴학) 디자인 팀장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묻자, 이성구(26·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마케팅 팀장이 답했다. “거의 마무리.”

사무실 다른 쪽에서는 권순범(25·서울대 전기공학과 3년 휴학) 대표와 권형석(26·연세대 경영학과 4년 휴학) 생산팀장이 숫자로 가득한 화이트 보드 앞에서 논의에 한창이었다. 멤버 중 유일한 대학원생인 윤준식(27·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대학원) 기술개발팀장은 오는 8월 말 출시할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 ‘이큐브빈’(Ecube Bin) 제품의 생산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거의 매일 서울 금천구의 생산공장으로 출근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벌써 2년째 쓰레기통에만 매달려 온 이들에게 쓰레기통은 보물단지다. 창업자금 1천만원으로 시작해 2011년 7월 법인회사를 만든 뒤 올해 상반기 매출이 1억원. 하반기에는 해외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을 갖고 최근 마케팅팀 인턴사원까지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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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준비
영세 사업체에 경영자문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다 알게 된 이들의 창업 아이템인 태양광 압축 쓰레기통은 아이디어를 권순범 대표의 일상에서 찾았다. 서울 신촌에서 몇 년째 자취생활을 해오던 권 대표가 매일 저녁만 되면 쓰레기통과 그 주변까지 쓰레기가 넘쳐나는 상황을 접하며 해결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 권 대표와 멤버들은 쓰레기통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으니 쓰레기 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쓰레기통에 압축기 모터를 부착, 태양광 에너지로 모터를 작동시키고, 3G 통신망을 이용해 쓰레기 수거시기를 알려준다는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이큐브빈의 작동원리는 이렇다. 쓰레기통 안에 일정분량 이상 쓰레기가 모이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4백 킬로그램중(kgf)의 힘으로 압축을 시작한다. 성인남성 5~6명이 위에 올라가 힘껏 밟는 힘이다. 쓰레기 종류에 따라 원래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부피가 줄어든다.

쓰레기를 수거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쓰레기통이 다 찼는지 아닌지 확인하러 갈 필요도 없다. 이큐브빈이 3G망을 이용해 쓰레기 적재량과 수거시기를 중앙 서버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감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인체에 무해한 12볼트 전압을 사용하며, 한번 완전히 충전되면 5~7일 동안 햇빛 없이도 정상작동한다.

대당 단가는 1백50만~2백만원 선. 적지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실제 서울 시내 일부 구청의 경우 50만원 정도의 쓰레기통을 사용하고 있고, 쓰레기 수거를 위한 차량운행이 감소되고 유지·보수 비용이 절감되면 도입 3년 후엔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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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권순범 대표는 “서울 시내 쓰레기통 약 5천 개를 교체할 경우 쓰레기 수거를 위한 차량 운행횟수가 20퍼센트 정도 줄고, 이는 탄소배출량 2천 톤을 절감하는 것에 해당한다. 나무 15만 그루를 심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 말부터 이큐브빈의 기술개발과 제품생산에 들어간 이들은 2011년 3월 중소기업청의 ‘예비기술창업자 육성사업’에 참가신청을 내 5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지난해 7월의 법인회사 설립도 중소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원스톱 재택창업시스템(www.startbiz.go.kr) 덕분에 2주일 만에 끝냈다. 재택창업시스템은 법인설립 절차를 전부 온라인에서만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법인회사 설립 즈음해 행운도 뒤따랐다. 이큐브빈이 창업 공모전을 휩쓴 것. 2011년 7월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유럽-한국사업계획 경연대회’ 대상을 차지했고, 8월에는 영국문화원-로이드인증원(LRQA)의 ‘아시아 7개국 환경개선 아이디어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또 10월에는 드림비즈포럼 ‘2011 청년창업 열전코리아’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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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창업선도대학 지원프로그램도 도움이 됐다.
권순범 대표는 “창업넷(www.changupnet.go.kr)을 수시로 드나들다 창업선도대학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서울에서는 연세대·동국대·인덕대가 선정됐는데, 동국대의 조건이 우리에게 적합해 이쪽으로 오게 됐다”고 충무로 영상센터 내 동국대 창업센터에 이큐브랩이 자리 잡은 연유를 설명했다.

창업선도대학인 동국대는 타교 학생들인 이들에게도 흔쾌히 사무공간을 내줬다. 이전까지 이들은 왕십리에서 월세 60만원에 창문 하나 없는 10평방미터짜리 사무실을 쓰고 있었다.

권순범 대표는 자신과 같이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말했다. “우리 젊잖아요. 마음에 이끌림이 있을 때, 그 마음이 가는 길로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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