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에어컨은 품귀 현상을 빚었고, 전기 없이 시원한 잠자리를 제공하는 이른바 ‘쿨매트’는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내년에도 이러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물건을 잔뜩 만들어놓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바로 전해인 2011년 여름은 잦은 비와 서늘한 기온으로 여름장사를 허탕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기후 형태에서 벗어나면서 날씨가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늘어나고 있다. 기상청 산하기관인 한국기상산업진흥원(원장 박광준)은 세계 경제의 80퍼센트가 기상변화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우리나라 GDP의 약 10퍼센트인 1백6조원(2009년 기준)이 기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추정하고, 지난 10년간 기상재해로 인한 연평균 피해액이 약 1조7천2백여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즉 날씨 경영을 제대로 못하면 GDP의 10퍼센트가량을 손해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기상정보가 국가 경제와 산업 발전의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름에 따라 경영에 기상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상경영은 날씨정보를 단순히 재해예방 수단으로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여 날씨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형태의 경영을 말한다.

기상경영의 대표적인 예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조선업이다. 조선업의 경우 선체 조립이나 용접, 도장 등 작업의 대부분이 야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날씨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TX조선해양은 2004년부터 기상정보를 회사에 맞게 재구성한 기상정보시스템을 도입해 작업현장에 3일간의 상세예보와 주간 상세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제공된 날씨정보에 따라 용접이나 페인트칠 등 작업공정 스케줄을 관리한 결과 연간 50억원 내외의 생산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STX조선해양 측은 “이는 투자대비 1천1백 배 효과를 거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날씨는 또한 사람들의 소비나 구매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내 홈쇼핑업체 대부분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날씨와 계절적 요인을 프로그램 편성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례로 CJ오쇼핑은 민간기업체로부터 받은 날씨정보를 토대로 날씨와 매출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기상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편성·기획하고 있다.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 중의 하나가 패션업계다. 특히 패션업계는 계절에 앞서 상품을 기획하고 생산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제일모직은 2010년 기상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민간기상정보업체와 계약을 맺고 지난 5년간 주요 아이템의 일별 매출과 기온·강수량·날씨 등과의 연관성을 분석하여 상품기획에 활용했다.
제일모직 홍보팀 양희준 과장의 설명이다.
“당시 1~2월에 3~4회 정도의 한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와 외투와 점퍼 생산량을 늘렸습니다. 그 결과 매출이 전년대비 65퍼센트까지 늘었습니다. 당시 경험을 토대로 날씨에 따라 물량조절의 완급을 조절하는 기법을 터득하였습니다. 또한 통계에 의해 향후의 날씨 변화를 예측하면서 시장 상황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박광준 원장은 “우리나라 기상산업 관련기업 수는 150여 개에 불과하고 관련 산업의 규모는 2011년 기준으로 2천2백억원(미국 9조원)”이라며 “이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기상 전문가들은 “국내 기상산업의 대부분이 기상청의 장비구매에 따른 장비 관련 산업에만 쏠려있다”며 “우리나라의 적정 기상기후 시장 규모가 2조원 정도는 되어야 기상재해 예방과 기상기후 정보를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상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2008년)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상산업 업종의 대부분이 장비업에 편중(90퍼센트)된 것을 기상서비스(예보, 컨설팅 등) 분야로 확대하도록 기상산업 구조를 개선하고, 관련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찾아가는 기상산업’ 설명회를 개최하여 기상정보가 기업경영의 중요 요인이라는 인식을 갖게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상분야 창업 지원을 위해 유망 아이디어 발굴과 이를 사업화하는 지원 기반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그 밖에도 기상관련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일자리 창출과 전문가 육성 등 현장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오재호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과 기상산업발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우리는 그동안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체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앙정부는 탄소 저감 정책에 집중하고, 지방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른 시민의 적응 문제에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것 등이죠. 기업은 기업대로 기상컨설턴트를 두고 전문적인 기상경영을 해야합니다.”
오 교수는 또한 “먹을거리의 70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산업적인 차원에서 이상기후를 관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 원산지에서 기후변화로 곡물이나 원자재 생산에 변화가 오면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런 변수까지 대비하여 곡물이나 원자재 수급 계획을 마련해야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역할분담을 잘하여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항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전문 기상컨설턴트 양성과 제도적 활용 방안도 뒤따라야 합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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