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구온난화의 첫 희생양으로 지목되고 있는 투발루는 호주 북동부 4천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작은 섬나라다. 9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이 나라 면적은 겨우 26만제곱킬로미터로, 우리나라 남해안의 외나로도 정도에 불과하다. 9개의 섬 중 8개의 섬에 1만1천5백명이 살고 있다. 지도상에 한 점으로 표시되는 이 섬이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때문이다.
육지에 들이친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는 흙과 모래를 함께 쓸고 나간다. 육지로 들어온 바닷물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다. 따라서 흙에 소금기가 스며들어 식물이 자랄 수 없고, 사람들은 물도 마음대로 마시기 어렵다.
투발루의 콜로아 타라케 전 총리는 “지난 수십 년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이 에너지를 펑펑 쓴 대가로, 엉뚱하게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평화로운 섬나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일부에서는 “투발루 주민들이 재앙을 피해 외국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8월 12일 여수엑스포 폐막식과 여수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윌리 텔라비 투발루공화국 총리는 “섬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긴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 땅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텔라비 총리는 “일부 주민들이 뉴질랜드 등 인근 국가로 이주한 것은 교육과 경제적인 목적일 뿐 국토를 포기했다는 소문은 근거가 없다”면서 한국에 도움을 청했다. “한국이 새만금 일대 바다를 육지로 만들어 농경지와 공업용지로 활용한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해수의 육지 침범 방지 등 환경문제에 대응하려면 한국의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투발루의 방파제 설치와 간척사업을 도와줬으면 한다”며 식수 확보를 위해 한국의 해수 담수화 기술에도 관심을 보였다.


텔라비 총리는 8월 12일 여수포럼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과 함께 해양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촉구하는 ‘여수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선언에서 “투발루와 같은 군소 도서국들의 생존을 위해 국제사회가 하루빨리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의 다음 피해자는 투발루 인근에 있는 섬나라 키리바시다. 학자들은 “지구 전체의 온도가 현재 속도로 상승될 경우, 향후50년 안에 지구 기온이 3.6~5.4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기온이 5도 상승하면 뉴욕, 마이애미, 런던, 도쿄, 상하이 같은 해안 인접 도시들이 수몰될 수 있다”며 “현재보다 6도 오르면 생물종의 최대 95퍼센트가 멸종 위기에 놓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의 재앙이 서서히 인류의 목을 죄어 오고 있지만 범지구 차원의 대책은 아직 미비하다. 지난 5월 10일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GGGS; Global Green Growth Summit 2012)’에 참석한 아노테 통 키리바시 공화국(Republic of Kiribati) 대통령은 “해수면 상승으로 전국민이 이웃 피지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녹색성장을 실행하지 않는 국가들에는 어떤 형태로든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통 대통령은 “지금은 각 나라가 경제성장률을 발표하면서 ‘몇 퍼센트가 올랐다’ 혹은 ‘내렸다’는 식으로 하고 있는데, 훼손된 환경을 치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 등을 포함해서 성장률을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 대통령은 “기후와 환경의 변화는 생존 자체의 문제가 됐는데도 지구촌 나라들은 글로벌 거버넌스 실행을 주저하고 있다”며 “이렇게 회의만 거듭하다 보면, 다음번 회의를 할 때엔 키리바시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장은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에서 “기후가 변화하고 환경이 훼손되는 근본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색스 소장은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가동되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한 해 동안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3백20억톤에 달한다”며 “이 중 대기 중에 유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매년 3백20만피피엠(ppm)에 달하며, 누적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무려 9억피피엠이나 된다”고 말했다.
색스 소장은 “이를 금전가치로 환산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달러 발생할 때마다 4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했다. “현재 세계경제는 매년 평균 4퍼센트가량 성장하고 있는데, 이 속도로 성장을 계속할 경우 약 18년 뒤인 2030년이면 지구촌 전체의 GDP가 현재의 2배 규모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색스 소장은 “인류가 지금처럼 탄소를 발생시키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환경보호와 효율적인 자원활용,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는 화두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10월 국제기구로 공식 출범하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만든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아킴 슈타이너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에서 “현재 엄청난 수의 인구가 기아로 고통받고 있지만 세계인은 외면하고 있다”며 “기아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기후와 환경의 변화”라고 말했다. 색스 소장은 “기후와 환경 변화로 인해 생존에 위협받는 사람이 2억명이지만, 여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녹색성장을 이루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글·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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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