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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한라봉은 충북에서, 사과는 강원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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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봉동읍에 사는 강장신(47)·장정순(47)씨 부부는 요즘 무화과 수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무화과는 원래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아열대성 작물이지만 기후변화로 한계선이 올라가면서 전북 지역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강씨 부부는 원래 가지와 토마토 농사를 지었는데 인건비와 연료비에 비해 실제 수입이 많지 않아 무화과로 작목을 바꿨다고 한다. 부부는 지난해 봄 5천 제곱미터(1천5백평) 규모의 땅에 무화과 묘목을 심어 가을부터 수확했다.

“무화과는 8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꾸준히 수확할 수 있어서 가지나 토마토와 달리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습니다. 충해나 병해가 없어서 농약을 칠 일도 없고요. 저희 둘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다만 수확한 무화과는 쉽게 물러지는 특성이 있어서 저장성이 약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다행히 저희는 대도시(전주) 인접 지역인데다 아직까지는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라 수확하는 대로 출하가 이뤄지고 있지요.”

남편 강씨는 “지난해에는 묘목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데다 경험이 없어서 2천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며 “올해는 묘목이나 사람이나 제대로 자리를 잡아 수확량이 작년보다 두세 배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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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에서 멀지 않은 익산시 금마면에는 제주도나 가야 볼 수 있는 한라봉이 탐스럽게 여물어 가고 있다. 1천3백20제곱미터(4백평)의 비닐하우스에 7년생 묘목 1백50주가 식재돼 있는 이곳은 김영환(68)·최경옥(65)씨 부부의 한라봉 농장이다. 부인 최씨는 “5년 전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맛본 한라봉에 반해 2년생 묘목 세 그루를 얻어와 화분에 심은 것이 한라봉 농장을 하게 된 계기”라고 했다.

“모두 다 안 될 거라고 했지만 심어 보니 잘되더군요. 당장 그해에 1백50주를 사서 비닐하우스 안에 심었지요. 처음 몇 년 동안은 수확이 많지 않아 친척들끼리 나눠 먹었고,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해 팔기 시작했습니다. 맛을 본 분들이 모두 ‘당도가 제주도 것보다 낫다’고들 해서 앞으로 규모를 지금의 두 배 정도로 늘려볼까 해요.”

이 농장의 한라봉은 구정 전후인 1~2월 사이에 수확한다. 최씨는 “수확기가 되면 여기저기서 맛을 보려는 분들이 몰려든다”며 “그 중에는 한라봉 농사에 관심을 갖고 인근 지역에서 견학하러 오는 농업인들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한라봉은 현재 전북 지역에서 7농가가 2.3헥타르에 재배하고 있다. 전북농업기술원의 최인영 박사는 “전북 지역에서 재배되는 한라봉은 제주에 비해 수확량은 떨어지지만 유통비용이 적어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한라봉은 충청북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충주시 용두동의 이제 택씨는 시험재배한 지 3년 만인 지난해 1톤의 한라봉을 수확해 서울 지역 유명 백화점에 납품했다.

무화과나 한라봉뿐만 아니라 사과, 복숭아, 포도 등의 재배지도 해마다 북상하고 있다. 복숭아는 전남·경남 등 남쪽 지방의 재배면적이 급감, 경기도 파주까지 재배되고 있고, 포도는 경북 남쪽 지방이 주산지였지만 요즘은 고성 등 강원도 지역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1백 년간 한반도 평균기온이 1.5도가량 상승한 기후온난화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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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20세기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가량 상승했는데, 한반도는 1.5도가 높아져 농작물의 주산지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작물이 약 1백 킬로미터 북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과수 중 온난화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작목은 사과다. 대구·경북 지역이 주산지였던 사과는 현재 강원도 양구와 경기도 포천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농산물 재배지가 북상하면서 지역 특산물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원예특작과학원의 김승희 박사는 “사과 재배 적지는 연평균 기온이 13도 이하 지역인데, 온난화가 지속되면 더욱 북쪽 고랭지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간 지역은 일교차가 커서 조직 치밀도나 착색, 당도 등에서 우월한 경쟁력을 보이므로 앞으로는 강원 산간 지역이 재배 적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는 기존 작목의 이동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던 아열대 작물의 생장까지 가능케 하고 있다. 국가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 말이 되면 국내 평균기온은 6도가량 상승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열대와 아열대 과일이 과수산업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 있는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에서는 망고, 아보카도, 파파야, 아테모야 등 열대·아열대 작물 30여 종의 도입 및 평가와 더불어 국내 환경에 맞는 재배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글·서철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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