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올 여름, 모기가 확 줄었다. 7월 말부터 시작된 폭염 때문이다. 일단 반갑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집모기·숲모기 등 온대지역에 적응해 온 모기들은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반면 말라리아를 옮기는, 더위에 강한 모기의 비중은 늘어났다고 하니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여름 폭염에 앞서 지난 봄 가뭄이 심각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백4년 만의 가뭄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비가 내리며 폭염이 잦아들었지만,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지역은 여전히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에 피해가 크다는 소식이다.
지난 봄 세계 최대 규모인 옥수수밭이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었던 미국에서 올해엔 미시시피강이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까지 맞고 있다. 이번 미국의 가뭄은 1930년대의 ‘더스트 볼’(미국 중부지역에서 모래바람과 함께 왔던 대가뭄) 이후 최악의 가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발생한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 지구온난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인 제임스 핸슨 박사는 지난 8월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을 통해 “점점 뜨거워지는 여름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이며 상황은 20년 전 예측했던 것보다 이미 악화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시나리오(RCP)에 따른 전망 및 영향’이란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1백년 이상 기후변화가 심화되어 21세기 말 ▲평균기온은 4도 ▲해수면은 20.9센티미터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지난 1백년간 6대 도시 평균온도가 1.7도 올랐고 과거 43년간 해수면이 8센티미터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기후변화 속도는 나날이 ‘빠름 빠름 빠름’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속도는 전 지구의 기후변화 속도보다도 빠르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국립기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과거 1백년간 있었던 전 지구의 기온 상승은 우리보다 낮은 0.7도였으며, 1백년 뒤에도 우리보다 낮은 2.7도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온실가스와 기후변화를 잇는 매개체로 주목받는 것이 극지방 빙하의 해빙이다. 기상청 등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3일 위성으로 관측한 북극의 빙하 해빙 면적은 약 4백50만제곱킬로미터로 인공유성이 197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같은 시기와 비교해 가장 작았다. 그만큼 빙하가 많이 녹았다는 의미다.
기상전문가들은 북극에서 얼음이 많이 녹게 되면 열을 더 흡수해 기온 상승을 가중시키고, 북극 주변의 더운 기운이 주변 대기의 흐름을 막으며 커다란 고기압으로 자리 잡아 대기 흐름을 막으면서 가뭄과 폭염을 부른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북극 빙하가 어느 때 보다 많이 녹아 내린 지난 봄과 여름 우리나라를 비롯해 북반구가 1백년 만의 가뭄과 폭염을 경험한 것이다.
극지연구소 극지기후연구부의 김성중 책임연구원은 “올해 북극 빙하 해빙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북반구에서 이례적인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북반구 곳곳에서 흐름을 막는 기압 배치가 이뤄져 특정한 지역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극지방의 기후변화가 이렇게 우리나라까지 직접 영향을 미치다보니 극지연구소의 주요 연구항목 중 한 축이 기후변화다. 극지연구소의 김백민 선임연구원은 내년 2월 말 완료 예정으로 지난 3월 부터 ▲북극해 해빙의 계절별 지역별 변동 분석 ▲지역별 해빙면적 변화에 따른 극지-중위도 원격상관 이해 및 통계적 상관관계 이해 ▲지방 기후변화와 동아시아 봄·가을철 기후 변동성 분석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 봄 북반구가 가뭄·폭염에 시달리며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녹조다. 지난 7월 초부터 북한강 상류의 의암·청평댐 일대에 흔히 ‘녹조’로 불리는 남조류 일종의 아나베나(Anabaena)가 이상 증식하는 등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서 녹조가 증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녹조가 극성을 부린 것은 우리나라뿐이 아니었다. 영국 BBC뉴스는 지난 8월 16일 북부 요크셔 지방의 헴링튼 호수에서 남조류가 발견돼 경보가 내려졌다고 보도했으며, 8월 21일에는 스코틀랜드 노스라나르크셔의 스트라스클라이드 공원에서 수천 명이 참가할 예정이던 수영대회가 남조류 때문에 연기됐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CBC뉴스는 8월 21일자로 캐나다 캘거리의 파인레이크에서 남조류가 발견됐고, 인근의 피존레이크, 레이크아일 등에서도 남조류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캔자스, 오하이오 등지에서도 남조류 발생 소식이 이어졌다.
미국의 <사이언스데일리>지는 지난 7월 3일자에 실린 ‘지구온난화로 독성 남조류 확산’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남조류 개체 수 증가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보인다”라며 “전 세계의 호수, 저수지, 강 그리고 하구와 발트해 같은 바다에서 이들 미생물이 급증하는 녹조현상(blooming)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강과 팔당호, 낙동강의 녹조는 충주댐 비상 방류와 최근 내린 비의 영향 등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반면 바다의 적조는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녹조와 적조, 그리고 가뭄·폭염 등 기후변화는 어쩌면 경고인지 모른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예견하는 암담한 미래가 그대로 닥칠 것이라는, 지금 행동하라는 지구의 다급한 절규인지 모른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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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