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잠시 안화(眼花)가 어지럽게 눈앞을 수놓는가 싶더니 능선 너머로 해가 솟구쳐 올랐다. 마애불이 새겨진 칠송대 큰 바위의 맨 꼭대기에 있는 도솔암 내 원궁부터 비추기 시작하던 동살은 눈 깜짝할 새에 바위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던 마애불은 순식간에 들이닥친 동살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놓았다.”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드러난 거대한 얼굴의 돌조각상. 사진을 먼저 펼쳐보곤 ‘앙코르와트’인 줄 착각할 뻔했다. 전북 고창 동불암터 마애여래좌상이다. 선운사를 지나 선운산을 오르다 보면 만나게 되는 거대한 절벽에 깎아놓은 마애불이다. 작가는 마애불이 정면으로 보이는 맞은편 봉우리에 올라 이렇듯 멋진 장면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 등 작품을 통해 전국 폐사지의 아름다움을 전해온 작가 이지누가 이번엔 전북 지역 절터 8곳을 찾았다. 남원 만복사터·개령암터·호성암터, 완주 경복사터·보광사터, 고창 동불암터, 부안 불사의방터·원효굴터 등이다. 전북 지역은 우리 불교에서는 특별한 ‘미륵의 고장’. 백제 유민들의 한을 달래던 시절부터 곳곳에 미래의 부처인 미륵불이 자리했다.

전북 지역엔 마애불이 남은 곳이 많다. 저자가 마애불을 찾는 시간은 주로 새벽 동틀 무렵. 우툴두툴한 바위에 야트막하게 부조(浮彫)된 마애불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보려면 아침 첫 햇살, 즉 동살이 비스듬히 비칠 때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숱하게 바위 위에서 밤을 새고, 새벽 안개 흠뻑 젖으며 새벽 예불 시간에 맞춰 차 한 잔 올린 후 온전한 새벽 첫 햇살을 기다린다.
7~8미터나 되는 밧줄을 타고 내려가면 절벽 사이 2~3평 남짓한 평평한 바닥이 나오는 불사의방터, 어른 한 사람 겨우 발 디딜 정도의 절벽 모퉁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원효굴터 등 답사장면은 아슬아슬하기까지 하다. 이런 위험한 곳에까지 기도처를 만든 신앙의 힘을 느끼며 저자는 그 자리에서 참선에 들기도 한다.
저자의 노고와 생생한 사진 덕택에 독자들은 폐사지의 푸른 새벽 풍경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 있다. 또한 미륵불을 세우며 미래 세상을 꿈꿨던 조상들의 꿈도 만날 수 있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시에게 과학을 묻다
진정일 지음 | 궁리·1만3천원
세계적 화학자인 저자가 ‘시’를 통해 과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 속에 숨어 있는 과학이야기를 소개한다. 천상병의 ‘귀천’, 정지용의 ‘별’, 박재삼의 ‘무제’ 등 아름답고 서정적인 시들 속에 함축된 우주의 비밀과 자연의 신비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또, 시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사랑’을 호르몬의 작용 등 화학적으로 접근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
제프리 베넷 지음 | 현암사·1만8천원
‘외계인이 정말 존재할까?’ 밤하늘 너머 미지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을 위한 생생한 우주생물학 가이드북이다. 외계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왜 높은지, 왜 많은 과학자들이 외계문명이 흔하게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이 있는지 과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며,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흥미롭게 설명한다.
매스커레이드 호텔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1만4천8백원
일본의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추리소설이다. 도쿄의 한 고급호텔에서 발생한 세 건의 연쇄 살인 사건을 수사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고급호텔을 무대로 설정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다양한 군상의 묘사를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진짜 얼굴과 가짜 얼굴을 가려가는 수사과정이 추리극의 핵심요소인 반전과 상상력의 맛을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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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