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8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며 임기 마지막까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소득 양극화를 막기 위해 민생을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는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이번 경축사에서는 ‘경제’란 단어가 18차례 사용됐으며, 이어 ‘대한민국’(10차례), ‘창의’(7차례) 등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저탄소 녹색성장’(2008년), ‘친서민 중도실용’(2009년), ‘공정사회’(2010년) ‘공생발전’(2011년) 등 주요 국정철학을 제시해왔다. 이번 경축사의 핵심 국정철학은 새로운 국정철학을 제시하기보다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먼저 2012 런던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성과를 계기로 대한민국이 광복 이후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한 자랑스러운 결실을 돌아보았다. “식민지 수탈로 헐벗고 굶주렸던 백성, 전쟁으로 처절하게 황폐화된 국토,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분단 국가가 온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을 일구어낸 성과”라고 우리 민족이 거둔 성과를 돌아본 이 대통령은 한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애국심·교육열·도전정신을 꼽으며, 이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로부터 발현된 광복정신의 요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선진화를 향해 달려온 지난 4년 반은 우리의 광복정신이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구현된 시기였다”면서, 서울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세계개발원조총회 개최와 한국이 주도한 국제기구 글로벌녹색성장위원회(GGGI)의 출범 등을 통해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더 큰 나라’가 됐고, 우리의 글로벌 리더십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현실 진단을 빼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세계경제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며 “당면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면서 모든 경제 주체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들은 위축되지 말고 투자와 고용을 계속 늘려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으며 근로자의 파업 자제를 요청했다. 또 정치권에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에 있어서는 여야를 넘어 적극 협력해달라”고 당부하며 “저와 정부는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일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심화되는 소득양극화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를 우리 사회의 시급한 문제로 지적하며, 특히 청년실업 문제로 인해 “저 자신, 누구보다도 이 문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밤잠을 설치면서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함께 가야 멀리갈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기업도, 국가도 미래 발전 전략을 삼아야 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공생’을 강조했다.
그동안 학벌위주 사회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육성하고 고졸 채용을 장려해온 이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도 ‘신(新)고졸 시대’를 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미래에는 창의력이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고 경쟁력임을 강조하며, 교육의 질적 확대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 전반의 창의적 잠재력을 키우기 위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금의 세계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경제위기를 맞아 대격변의 시대에 진입했고, 우리 역시 후발주자의 대열을 벗어나 선도주자의 자리로 나섰다”면서 이제부터는 우리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코리안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존의 선진국 ‘따라잡기’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자는 의미의 ‘코리안 루트’는 선도주자로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각오와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며 “우리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바탕으로 세계에 기여하는 품격 높은 나라, 국토는 작아도 국격은 큰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 국민과 저에게 맡겨진 역사적 소명”임을 밝혔다.
북한과 일본 관계에 관한 언급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실질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북한도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고 북한의 변화를 기대했다.

지난 8월 10일 독도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일본과 관련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전시(戰時) 여성인권문제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올바른 역사에 반하는 행위”라며 일본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도 더 큰 차원에서 이웃 나라들과 국제사회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세계중심국가의 일원으로서 국제 관계에서 유연하고 성숙한 자세를 취할 뜻을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 준비를 위해 한 달 전부터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10여 차례 독회를 직접 주재했으며, 참모진 간 회의도 20여 차례 진행했다고 전했다. 특히 “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경제와 민생은 임기가 없다”는 구절과 ‘코리안 루트’는 이 대통령이 직접 착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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