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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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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big24년 전 나는 석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지 3년밖에 안 되는 전공 분야를 선택했다. 당시 자원공학 분야에 대한 우리나라의 연구 수준은 매우 낮았고 자료 구하기도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선진국에서의 유학을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유학은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컸다. 여러 방도를 찾던 중 국비유학이란 제도가 구세주처럼 다가왔다. 당시에는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면 유학비용뿐만 아니라 병역특례 혜택까지 주어졌다. 철없던 시절이라 국가대표가 된 것처럼 기분이 우쭐해지는 한편 “돈 걱정은 말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부모가 한 분 더 생긴 듯 든든했다.

유학 중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탓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럴 때면 국비유학생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채찍질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5년간의 유학 생활을 마치면서 목표했던 학위를 받고 나름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교수와 동료 학생들에게 심어준 것 같아 뿌듯했다. 이제 나는 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함께 연구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고 있고 당시 동료들은 세계 각국의 중견 학자가 되어 선의의 경쟁을 함으로써 상호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얼마 전 국립국제교육원의 연락을 받고 내가 받았던 혜택에 조금이라도 보답한다는 기쁜 마음으로 국비유학생 선발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원자들의 실력이 예전보다 뛰어나 흐뭇하기도 했지만 제도가 변경돼 선발 인원과 선발 분야가 상당히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학문 수준이 향상됨으로써 유학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들었고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국가의 지원 명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애써 자위해보았지만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국민 경제가 윤택해져도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경기침체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꿈을 접는 학생을 여럿 보았다. 그 학생들을 위해 해줄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국비유학 혜택을 본 선배로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있던 차에 국가장학금 제도가 생겨 누구보다 반가웠다. 아르바이트하느라 학업에 매진하지 못하고 휴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24년 전의 나처럼 “돈 걱정은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라”며 등을 토닥이는 든든한 울타리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

국가장학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7년부터지만 수혜 범위가 세 배 이상 확대된 것은 올해부터다. 시행 초기 단계라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많을 테지만 기대가 자못 크다. 국가장학금 제도는 빈부 격차를 떠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글·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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