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최근 전남 곡성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섬진강 기차마을의 장미공원에 들러 예쁜 향기를 맡아보고, 추억의 증기 기관차를 타보고 늦은 점심으로는 압록유원지 부근에서 참게탕을 맛보았다. 오후 일정은 태안사 답사, 섬진강문화학교 독도 사진 감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석곡의 돼지숯불구이로 저녁 만찬을 즐겼다. 얼마 전 아들을 군에 보내고 다소 우울해하던 아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곡성 방문이 우리 가족에겐 이번 여름 여행의 제1탄인 셈이다. 새벽 일찍 출발하면 교통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나라 땅임을 새삼 깨닫는다.
여름휴가가 다가오자 지인들로부터 가끔 여행지 추천 의뢰를 받는다. 조금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누구와 어디를 가고 싶다’고 밝히면 답하기 편할 텐데 거두절미하고 ‘어디로 휴가를 떠나면 좋겠는가?’라고만 물어본다. 그런 질문들에 답해줄 때마다 “저마다 신년 초에 ‘나만의 여행지 톱 10 리스트’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먼저 원하는 주제를 정한다. 가족건강을 위해 걷기 좋은 길, 조용한 캠핑장, 트레킹 가능한 섬, 기차 타고 맛집 찾아가기, 차향 그윽한 산사, 하루에 끝내는 시티투어 등. 그리고 주제에 맞춰 여행지 10군데만 선정한다.
1년 52주라지만 웬만한 직장인들로서는 매주 여행 떠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10군데만 모두 다녀와도 1년 여행은 성공한 셈이다. 한 발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우리 땅 여행 다녀온 소회를 기록으로 남기고 부지런히 온라인상에서 이웃들과 공유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렇게 ‘나만의 여행지 톱 10 리스트’를 만들어두면 여름휴가철이 다가와도 어디로 떠나야 할지 우왕좌왕할 필요가 없다.
올해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아 해외 대신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국내로 떠나면 억지쇼핑이나 팁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무리한 옵션관광을 할 필요가 없으니 좋다. 일정이나 여행지, 숙박시설, 음식메뉴 선정을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것도 해외여행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가족들과 어울려 떠난 여행길에서 맛보는 제주 자리물회, 여수 하모, 섬진강 은어, 평창 올챙이국수, 안동 찜닭, 금산 삼계탕, 파주 초계탕 등의 맛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다. 요즘에는 피서지마다 레포츠 시설도 늘었다. 거제도나 강릉해변의 짚라인, 제천의 산악체험장, 통영의 요트학교, 서울의 실내인공빙벽 등에서는 레포츠를 즐기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다.
여름휴가는 평소 시간을 내기 어려워 가보고 싶어도 찾지 못했던 이 땅의 명소들을 만나보기에 좋은 기회이다. 구르는 돌, 풀 한 포기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여름에는 ‘나만의 여행지 톱 10’ 중 적어도 한 곳에는 다녀오되 발자국은 남기지 말고 추억만 가져오시길.
글·유연태 여행작가·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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