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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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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게라는 이름에는 사연도 많다. 원래 멍게는 우렁쉥이의 방언이었다. 여기서 ‘이었다’라는 과거형을 쓰는 것은 방언이었던 멍게가 지금은 버젓한 표준어로 신분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우렁쉥이라는 표준명보다 일반에서 더 통용되던 이름인 멍게는 정부가 1988년에 공표한 ‘표준어 규정’의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사정원칙에 따라 이윽고 그 반열에 오르게 된다. 물론 사전에서만 인정받던 우렁쉥이는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남겨 두는’ 규칙에 의거, 복수표준어로 남았다.

민간에 전해지는 항설에 의하면 멍게는 ‘끝 부분이 껍질에 덮여있는, 성인 남자의 성기’ 즉, 포경을 의미하는 ‘우멍거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멍거지란 단어를 다 쓰기가 민망했던 나머지 가운데 두 글자를 따서 멍거라 했는데 그것이 경상도 지방의 언어습관에 따라 멍게 또는 멍기로 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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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지용은 기행문 <釜山2>에서 “생선 파는 장수가 이름도 모르고 파는 생선이 있다. 멍기라는 것이 있다. 우멍거지라고도 하고 우름송이라고도 한다. 꼭 파인애플같이 생긴 바다의 갑충류다”라고 썼다. 여기서 우름송이는 아마도 우렁쉥이의 경상도 방언인 우름셍이를 그렇게 적은 것 같다. 충북 옥천이 고향인 시인은 바다 향 가득한 멍게의 맛을 미처 즐길 줄 몰랐던 모양이다. 동행한 화가 정종여가 연신 달다며 멍게 열다섯 개를 먹는 동안, 비리고 떫어서 한 점을 먹고는 종일 속이 아니꼬웠다고 했다.

서양에서도 멍게를, 표면에 울퉁불퉁하게 돋아 있는 돌기와 그 타원형 생김새 때문인지 정지용 시인의 묘사처럼 ‘바다의 파인애플(Sea Pineapple)’이라 한다. 또 껍질 상단의 출수공(出水孔)을 통해 물을 뿜어내는 습성을 빗대서 ‘바다의 물총(Sea Squirt)’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우멍거지라는 어원과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는 작명이라 하겠다.

일본에서는 램프의 유리통을 닮았다고 해서 ‘호야’라고 부른다.

멍게의 상큼한 향과 쌉싸래하면서도 달콤한 맛은 식욕을 자극한다. 멍게에는 광물이 아닌 해산물로는 드물게 바나듐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바나듐은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당뇨병 및 심혈관 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멍게는 체력을 보강하고 식욕증진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과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어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콘드로이틴황산 등이 함유되어 있는 건강식품이다.

게다가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글리코겐 성분이 풍부해서 강정식품으로도 손꼽히며 지방 함량이 낮아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인 저칼로리 식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양식이 쉬워 요즘은 대량생산되고 있는데 통영 일대에서 우리나라 전체 산출량의 70퍼센트 이상이 나고 있다. 몸에도 좋지만 요즈음이 제철인 멍게로 해 먹는 비빔밥은 그 맛이 일품이다.

거제시는 멍게비빔밥을 거제 팔미(八味)의 하나로 선정해서 홍보에 나설 정도이다. 입맛 잃기 쉬운 초여름에 잘게 썬 멍게에다 김가루와 참기름, 통깨 등을 듬뿍 넣고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식욕을 돋우는 현명한 선택이다.

통영에서는 중앙동의 ‘희정식당’이 잘하고 거제의 ‘백만석’은 냉동한 멍게젓갈로 비비는 독특한 멍게비빔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에서는 남대문시장의 ‘통영바다맛집’에서 그 맛을 볼 수 있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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