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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질주본능 잘 살리면 5년내 30-50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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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l1‘삶의 질’을 추구하는 까다로운 우리 국민의 요구는 역설적으로 ‘신흥 강국’인 20-50클럽에 진입하는 원동력의 하나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휴대폰이다.

두꺼운 철문으로 가로막힌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무선사업부 연구동. 전파 수신율, 강도, 전자파 인체흡수율 등 6천여개 항목의 검사가 이뤄지는 이곳에서 박승호 삼성전자 글로벌CS팀 그룹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선 엘리베이터 안이나 산꼭대기에서도 휴대전화가 안 터지면 난리가 난다.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계최고의 통화품질을 갖추게 됐다.”

까다롭고 수준 높은 국내 소비자들은 휴대폰 시장뿐 아니라 게임, 자동차, 드라마, K팝 등에서도 똑같이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은 안무와 노래를 대부분 글로벌 소싱(sourcing)한다. 미국 작곡가의 노래에 유럽 댄스 전문가가 제안하는 안무로 무장하고, 한국시장의 10대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세계시장 공략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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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 공략→경쟁력 확보→세계시장 진출’의 성공 공식은 우리나라가 전자, 중공업, 화학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결과로 나타났다. 5천만명이라는 ‘적정 규모’의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가 1인당 소득 2만 달러라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통신, 휴대전화,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T), 엔터테인먼트 등 각종 산업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리더 역할로 자리 잡은 것이다.

대한민국 시장과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에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명을 의미하는 ‘30-50클럽’ 진입이 5년 안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난 5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은 이미 신흥 강국이 아닌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며 “향후 5년 안에 1인당 소득(구매력 평가 기준)이 일본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5년 안에 30-50클럽 진입’을 기정사실화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1인당 명목국민소득은 지난해 4만6천9백73달러였다. 우리나라는 2만2천4백89달러로 절반가량 됐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품을 기준으로 한 구매력 평가 기준 소득 규모를 보면 일본은 2010년에 3만3천 달러였으며 우리나라는 2만9천달러였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적인 국민소득으로 계산하면 4천 달러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이다.

20-50클럽에 진입한 국가들은 시기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했다. 독일은 20-50클럽에 가입한 지 4년 만인 1995년 3만 달러 고지에 올랐다. 일본은 5년이 걸려 1992년에 고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서는 국민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나라 국민에겐 남들보다 잘하고 싶고, 자기의 열악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며 “국가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면 질주 본능이 나오겠지만, 이것이 막히면 질투 본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좁은 국내에서 다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외와 새로운 분야에서 한국인의 질주 본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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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에서 단시간에 20-50클럽에 가입한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은 부(富)를 축적하지 못했다. 따라서 활력을 잃지 않고 성장률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뒤처지지 않고 3만달러 대열에 올라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부터 쌓아 놓은 부가 있었기에 20년간의 저성장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 같은 상황에 빠지면 견디지 못할 것이므로 경제 활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프랑스와 독일은 이민을 받아들이고 출산을 장려하는 인구 구조조정 덕분에 일본처럼 초고령사회에 빠지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도 인구 담당 부처를 만드는 등 종합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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