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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추울 때 더 생각나는 홍합탕… 홍합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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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은 별명도 많다. 담채(淡菜), 담치, 참담치, 이패(貽貝), 합자(蛤子), 해폐(海?), 희패(姬貝), 각채(殼菜), 주채(珠采), 열합, 강섭, 섭조개 등으로 불리는데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중국인들은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한다” 했다.

홍합은 살이 붉은색이라 붙은 이름이고, 담채는 ‘바다에서 나는 것이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겁기 때문에’ 생긴 칭호라고 조선후기의 <규합총서>는 설명하고 있다.

홍합은 그 생김새 때문에 예로부터 여성을 상징하는 조개로 일컬어져 왔는데 ‘동해부인’은 그것을 암유적으로 표현한 점잖은 별칭이라 하겠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홍합에 대해 “살의 빛깔은 붉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다. 맛이 감미로워 국을 끓여도 좋고 젓갈을 담가도 좋으나 말린 것이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했다.

홍합은 <본초강목>이나 <방약합편> 같은 옛 의서에 오장의 기운을 보호해 주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며 성기능 개선 등에 도움이 된다고 했을 정도로 그 효험을 인정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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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에는 대왕대비의 병환을 걱정하여 수라를 들지 않는 영조에게 신하들이 “일반 사람들은 지극히 애통한 일을 당하면 처음에는 화열(火熱)이 속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병이 생기는 줄도 모르는데 일단 병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치료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는 자연이나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니, 제왕이라고 해서 어찌 다르겠습니까.

여항의 효자 가운데는 병이 날 것을 염려하여 혹 홍합수계탕(紅蛤水鷄湯)을 먹고 나서야 슬픔으로 목숨을 잃는 일을 면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들 효자라고 칭송합니다”라고 아뢰는 대목이 나온다.

<일성록>에도 정조가 “홍합미음(紅蛤米飮)이 꽤 효과가 있다”고 이르자 규장각의 직제학 서호수가 “이것은 청담한 재료를 써서 몸을 보해 주는 처방이므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아뢰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실의 연회를 기록한 <진찬의궤>나 <진작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등에도 홍합증(紅蛤蒸), 홍합초(紅蛤炒), 홍합전(紅蛤煎) 같은 다양한 요리가 등장한다. 조선중기의 시인 이응희는 <옥담사집(玉潭私集)>에 홍합의 맛을 예찬하는 시를 남기고 있다.

“푸른 바닷속에 조개가 있는데 有蛤滄溟裏/ 형체는 미미해 보잘것없지만 形微百不?/ 붉은 빛이 보배처럼 빛나고 丹赤珍輝燦/ 감미로운 향과 맛도 뛰어나다네 ?香美味優/ 겨울에 채취하면 반찬으로 좋고 冬拾宜盤膳/ 봄에 말린 건 잔치 음식에 쓰이지 春乾入宴需/ 비록 생선과 게만큼은 대접을 못 받는다 해도 雖居魚蟹下/ 빼어난 맛만큼은 비길 데가 없구나 嘉品食無?”

홍합은 세계적으로 2백50여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 우리나라에는 토종인 참홍합을 비롯해 진주담치, 뿔담치 등 20여 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요즘 우리가 먹는 홍합은 대부분 외래종인 진주담치이다. 홍합은 추운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산란기인 늦봄부터 여름까지는 맛이 떨어지며 삭시톡신(Saxitoxin)이라는 마비성 패류독이 검출되기도 해 조심해야 한다.

홍합요리는 다양하지만 울릉도의 향토음식 홍합밥이 압권이다.

울릉도에서는 보배식당이 홍합밥으로 유명하고 서울에서는 삼청동의 청수정에서 갯내음 물씬 나는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글·예종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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