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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국방이 약하면 국민 누구나 피해를 봐요

국방이

 

“나는 자식을 지키지 못한 죄인입니다. 죄인이 상은 무슨 상입니까. 아들이 잘되어서 좋은 일로 상을 탄다면 일어나서 춤이라도 추겠지만, 아들이 죽은 일로 상을 탄다니 또다시 가슴만 아픕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윤청자(69)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윤씨는 천안함 순국용사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아들이 숨지면서 받은 유족보상금 중 1억원과 국민성금으로 받은 8백98만8천원을 모두 방위성금으로 기탁한 주인공이다.

제2기 국민추천포상에서 ‘국민포장’에 선정된 윤씨는 “현재 남편이 2년째 방광암 투병으로 입원 중이라 한시도 남편 곁을 떠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해군은 윤청자씨가 기부한 돈에 기존 예산을 보태 기관총 18정을 마련하고 ‘3·26기관총’이라 명명한 후 천안함과 같은 급의 초계함인 영주함 등 2함대 초계함 9척에 각각 2대씩 장착했다.

유족보상금
2남 1녀 가운데 막내인 윤씨의 아들 고 민평기 상사는 입대 전 논산에 있는 건양대 중어중문학과에 재학 중이었다. 윤씨는 “공부를 잘하고 애교도 많던 아들에게 휴학을 권한 것이 결국 아들을 죽게 한 거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국방이2“휴학한 아들이 공군이나 해군에 지원하겠다고 하더군요. 병무청에 가니까 마침 공군은 전날 마감이 되었고, 해군은 아직 하루의 기간이 남아서 지원을 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우리 집의 기둥이었는데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지난 3월 22일 윤청자씨는 천안함 추모 2주기를 맞아 아들이 묻혀있는 대전현충원을 찾았을 때 아들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오열했다.

“평기야, 언제까지 사진으로만 봐야 하느냐. 미안하다.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자주 와보지도 못하는구나. 이 죄인을 용서해라.”

하지만 윤씨는 이내 눈물을 감추고 의연한 표정을 지으며 현충원 묘역을 참배하러 온 학생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잊지 않고 찾아와줘서 고맙다. 학생들도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다시는 이런 슬픈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힘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잠시 아들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슬픔에 빠졌던 윤청자씨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안보 교육을 시켜야 합니다. 명색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대놓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겠다고 하는 세상입니다. 천안함 사건 당시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북한이 한 짓이 아니라고 두둔을 하며 유족들의 가슴에 못질을 했습니다. 국회의원이면 앞장서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나라의 소중함과 안보 교육을 튼튼히 하면 이런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없어지고, 북한도 우리를 얕잡아보지 못할 겁니다.”

어린학생들에게
윤청자씨는 2010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의 초청으로 천안함 폭침순국용사 유족들과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방위성금을 내놓으며 대통령에게 “적은 돈이지만 무기를 구입해 우리 영해와 영토에 한발짝이라도 침범하는 자들을 응징하는 데 사용해 달라”고 간곡한 부탁을 했다.

이뿐 아니라 민평기 상사의 모교인 부여고등학교에서 모은 위로성금 1백20만원에 사비 30만원을 보태 학생장학금으로 되돌려주었다. 윤청자씨는 유족보상금을 방위성금으로 내놓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내가 천안함 폭침 후 한 달 동안 사고 해역 인근에 머물며 인양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왜 빨리 안 건지느냐’고 소리도 치고 했지만, 군인들이 밤낮없이 고생을 하는 것을 옆에서 보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인양 장비도 많이 부족했고요. 나는 더는 내 아들 같은 젊은 군인들이 이북 놈들에게 죽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내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되겠습니까. 그래서 총알 하나라도 더 사고 장비 하나라도 더 마련해서 귀중한 우리 아들딸들의 목숨을 지키는 데 써달라고 돈을 내놓은 겁니다.”

윤씨는 “그 후에 연평도에서 또 우리 젊은 아이들이 상하는 것을 보고 너무나 속이 상했다”며 “길가는 모든 군인이 아들 같아서 군인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윤청자씨의 기부는 나라를 지키려 군대에 가는 아들딸들을 위하는 어머니로서의 마음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하늘나라에 있는 아들이 가슴 뿌듯하도록 대한민국이 강한 나라가 됐으면 하는 한 가지 바람 때문이었다. 윤씨는 “지금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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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배웠다는 사람들이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합니다. 나라를 지키는 데 여당 야당이 어디 있고, 남자 여자의 구별이 있습니까. 국방이 약하면 우리 국민 누구나 피해를 보지 않겠어요. 모두 자기 역할을 잘해서 나라가 바른길로 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윤청자씨의 남은 소망은 천안함 폭침사건이 교과서에 자세하게 실리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아들이 오래도록 기억되고 함께 순직한 동료 군인들을 추모하면서, 후손들의 안보관이 더욱 공고해지길 바라서이다. 비록 전화상의 인터뷰였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을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승화시킨 윤청자 여사의 순수한 애국심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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