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죽는 숙제를 잘하라.’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신 말씀이다. 녹음이 가득한 7월에 감히 죽음을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나눔’에 대해 생각할 때면 이 말이 떠오른다. 생명의 유한함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후회를 남기지 않을까. 결국 ‘나눔’밖에 없는 것 같다.
남편 이충희씨와 내가 이웃들과 마음 혹은 물질을 나눠 온 것도 벌써 십수 년이 돼 간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대중의 사랑 때문에 생활을 영위하는 연예인을 직업으로 삼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랑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슨 대단한 계기 없이 시작한 나눔이었는데 하다 보니 ‘중독’이 됐다. 얼굴이 알려진 직업에 종사하다 보니 집에 고민이 있어도 어디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뭐 하나 조그만 거라도 장만해 어려운 이웃들을 찾곤 했다. 나를 보고 좋아하는 분들 앞에서 이렇게 저렇게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고 오면, ‘그래 더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나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난 후 몇 가지 느낀 게 있다. 첫째는 ‘문화나눔’의 필요성이다. 물론 경제적 조건이 어려운 이웃들과는 먼저 물질을 나눠야 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문화를 나눠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웃들은, 특히 아이들은 마음을 나누는 것에 목말라 있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난 후 그 아이들에게 추억과 꿈이 생기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지난 2010년 대한민국서울문화예술협회에서 <대한민국서울문화예술대상>을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매해 이 공연에 소년·소녀가장이나 저소득층 자녀 등 소외계층 이웃 6천~7천명을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입소문이 조금씩 퍼지면서 지난해에는 좌석이 모자라 아이들이 채 다 들어오지 못하기도 했다. 공연을 보며, 정말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
두번째로 느낀 점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칭찬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들을 돕기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는 그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게 싫었다. ‘얼마나 이웃들을 도왔다고 자랑하느냐’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공개적으로 자연스럽게 나눔을 이야기하곤 한다. 어차피 대중 앞에 생활이 노출된 직업을 갖고 있다면 오히려 이걸 이용해 나눔을 앞장서서 홍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에 모범 납세자로 표창을 받은 적이 있다. 표창을 받으니 공영주차장 무료 이용 등의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도 사소한 것이라도 혜택을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은 ‘나눔’이 의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이 하기엔 버겁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 나에게 내 준 숙제를 완수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나눔에 동참하길 빌어 본다.
글·최란 대한민국서울문화예술협회 이사장·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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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