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는 자타공인 스포츠 강국이다.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 F1 등 세계 5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유치한 나라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는 종합 5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스포츠 산업의 경쟁력은 스포츠 강국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변변한 글로벌 브랜드 하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발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프로스포츠 관객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잠재력을 현실화시킬 전략과 정책이다.
지난 11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스포츠 산업 비전 제시 포럼’은 이를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정성식 휠라코리아 부사장, 이희진 IB스포츠 사장, 강준호 서울대 교수, 조태룡 넥센히어로즈 단장이 주제 발표를 했고 김도균 경희대 교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진면 산업연구원 팀장, 김원동 전 강원FC 사장 등 학계와 업계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우리나라 스포츠 산업의 경쟁력이 기대수준에 이르지 못한다지만 그렇다고 정체돼 있는 것은 아니다. 정성식 휠라 부사장은 “우리나라의 스포츠 산업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가 이벤트를 개최하며 1999년 대비 약 5배 성장했다”며 “올해는 GDP의 2.2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50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장성도 풍부하다. 정 부사장은 의류 시장을 예로 들었다. 올해 전체 의류 시장이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3.5퍼센트 성장에 머문 반면 스포츠 의류 시장은 11.5퍼센트나 성장할 전망이라는 설명이다.
새로운 시장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먼저 워터스포츠, 레저스포츠, 힐링스포츠 등 새로운 종목이 부상하고 있다. 기존의 시장은 세분화 다양화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전통적 아웃도어와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장 등으로 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의 증가와 함께 승마와 요트 등 프리미엄 시장도 성장하기 시작했다.

확장되고 있는 스포츠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5가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정 부사장은 제안했다. ▲핵심기술 개발을 통한 원부자재 수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통한 노동인력의 유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국내외 금융자본을 이용한 자본 흡수적 전략(M&A) ▲투자를 통한 자본의 선순환이 그것이다.
정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브랜드, 파이낸싱(자본), 소싱(생산기지)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도 충분히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휠라는 이탈리아의 작은 브랜드에 불과했지만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글로벌 소싱을 통해 성장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13만5천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스포츠콘텐츠 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스포츠콘텐츠 산업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콘텐츠 시장 전반을 가리킨다. TV와 라디오 등의 방송 중계 시장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TV와 라디오 등 전통 매체는 물론 인터넷, IPTV, DMB, 모바일 등 뉴미디어가 등장하며 관련 시장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스포츠콘텐츠 시장의 확대는 주요 스포츠 리그의 방송권 수입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는 2009년 5.2조원에서 2013년 10조원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는 2006년 2.4조원에서 2014년 6조원으로 불어났다. 월드컵은 1996년 7백50억원에서 2010년 10조원으로 폭증했다.
이희진 IB스포츠 사장은 “글로벌 스포츠콘텐츠 시장은 자본과 거래의 대형화, 시장의 글로벌화(한 국가의 리그를 전 세계가 시청), 지배구조의 현지화(해외자본을 활용한 사업구조)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스포츠콘텐츠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후원하는 기업과 시청자, 팬이 선순환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진출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장은 “스포츠콘텐츠 시장은 기본적으로 톱리그가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인데 최근 들어 메이저리그가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선수와 구단, 연맹, 자본이 힘을 모아 스포츠한류를 만들어내 더 늦기 전에 아시아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시장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급자 중심에서 시장지향적 관점으로 스포츠 산업을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는 “공급자 중심의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스포츠 산업 구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정책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스포츠시장가치망’이라는 새로운 분류 체계를 제안했다.

스포츠시장가치망에 따르면 스포츠 시장은 스포츠를 관람하고 직접 즐기는 등 수요자들이 참여하는 ‘본원시장’과 이에 따라 발생하는 ‘파생시장’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전체 스포츠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본원시장의 발전이 선행돼야 한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야 스포츠토토 같은 파생시장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파생시장으로 방송중계권, 스폰서십, 선수양성, 스포츠용품설비, 스포츠관광, 라이선싱 등 10개 시장을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향후 정부의 스포츠산업육성정책은 스포츠시스템, 본원시장, 파생시장 간에 선순환 구조를 갖춘 지속가능하고 자생력 있는 스포츠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스포츠 본원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수요 촉진과 공급자의 경영혁신, 민간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글·변형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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