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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화제의 책 <화가의 얼굴,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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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05년 어느 겨울날, 독일 뮌헨의 알테피나코테크 미술관을 순찰하던 경비원은 전시된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자화상에 뭔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본 경비원은 누군가 자화상의 양 눈을 핀으로 찌른 것을 발견했다. 뒤러의 이 자화상은 ‘자화상계의 대표선수’였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단정하게 기른 수염, 쏘아보는 듯한 눈빛, 금색 물감을 쓰지 않았음에도 전체적으로 금빛이 은은히 퍼진 듯한 화면은 어떤 인물을 연상하게 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었다.

당시 뒤러는 독일 미술계의 스타였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재능으로 유명했던 그는 독일에서는 당할 자가 없었고, 당시 예술의 본고장이던 이탈리아에서도 대가로 인정받고 있던 터였다. 그런 자부심이 자화상에 그대로 묻어난 것. 결국 4백년 동안 관람객을 압도하던 그 그림은 어느 정신이상자를 자극해 ‘실명(失明)’할 뻔했던 것이다.

영국의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얀 반에이크에서 뒤러, 렘브란트, 벨라스케스, 뭉크, 앤디워홀, 신디 셔먼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사를 수놓은 대가들의 자화상과 작품 1백49점을 재료로 6백년 서양미술사를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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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은 왜 자화상을 그리는가. 초상화나 풍경화, 정물화를 그릴 때는 목적이 분명하다. 화가로서 명예, 주문, 판매 등이 이유다. 그러나 팔 수도 없고, 누가 주문하지도 않아도 화가들은 꾸준히 자화상을 그렸다. ‘자기 표현 욕구’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 보통사람들이 일기를 쓰고 셀카를 찍는 것과 같은 이치다.

책을 보면 화가들의 현시욕은 희한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그림 속에 숨기기’도 화가들의 특기 중 하나. 반에이크는 ‘참사회원 헤오르흐 판 데르파엘레와 함께 있는 마돈나와 아기 예수’ 속에 자신을 살짝 숨겨 뒀다. 그림 속 성 조지가 입은 청동갑옷의 깨끗한 표면에 비친 듯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려 넣은 것.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화가들은 자화상을 그렸다. 유대인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1904~1944)은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숨어 지내던 1943년 ‘유대인 신분증을 쥔 자화상’을 그렸다. 화가는 그림을 그린 이듬해 결국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됐다. 그 밖에도 고흐, 뭉크, 프리다 칼로 등 유명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책이다.

글·김한수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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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디자인
야마자키 료 | 안그라픽스·1만6천원
야마자키 료는 지역의 과제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는 일본의 유명 커뮤니티 디자이너이다. 저자는 아무 연고 없이 홀로 죽어가는 사람이 3만2천명인 무연사회 일본을 보며 집을 짓는 건축가에서 커뮤니티 디자이너로 돌아섰다. 저자는 디자인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철학자와 늑대
마크 롤랜드 | 추수밭·1만5천원
미국 마이애미대학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늑대와 11년을 살았다. 이 책은 자신의 소울메이트 늑대와 함께 쓴 동거일기로, 11년간 함께하면서 겪은 모험과 우정, 그리고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머와 감동으로 풀어 냈다. 저자는 늑대와의 생활을 통해 인간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 | 사계절·1만1천5백원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이다. 전작에서 ‘고민 끝에 얻은 힘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화제가 됐었다.

이 책은 아들의 죽음에 이어 3·11 대지진, 원전 사고를 맞닥뜨린 저자가 다시금 삶의 의미를 찾아가며 하는 고민과 성찰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근대적 삶의 의미를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등이 보여줬던 치열한 고민과 통찰을 되새기며, 우리시대의 불안과 좌절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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