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1월 2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의 산청마을로 들어가는 좁은 골목길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서울고등법원의 남녀 직원들로 구성된 우면누리자원봉사단 48명이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이 마을에 모여든 것이다.
산청마을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방배역 사이로 길게 펼쳐진 서리풀공원 한쪽 기슭에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촌이다. 앞쪽으로 고급 빌라촌이 펼쳐져 있고, 뒤쪽으로 공원이 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마을에는 38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1960~1970년대 청계천이 개발되면서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현장에 도착한 서울고등법원 봉사단은 옷을 갈아입고, 장갑을 낀 다음 곧바로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일부 직원은 연탄 지게를 지고, 일부는 두 줄로 길게 늘어서서 연탄을 한 장씩 전달했다. 이날 옮겨야 하는 연탄은 모두 2천 장. 이를 20개의 연탄창고에 골고루 채워넣어야 했다.


김진권 서울고등법원장도 연탄 6장을 지고 창고를 향해 부지런히 왔다갔다했다. 20~30분이 지나지 않아 봉사자들의 장갑과 옷, 얼굴, 신발은 검댕으로 물들었다. 손이 시릴 정도의 스산한 날씨였지만, 연탄 쌓는 일을 맡은 몇몇 봉사원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가득했다. 취재를 나온 기자도 지게를 지고 연탄을 날랐다.
박진규 산청마을 자치회 회장은 “연탄을 무료로 주는 것도 고마운데, 봉사자들이 직접 나와서 창고까지 날라주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금전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우리 마을은 고지대라 연탄구입비도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이 한겨울을 나려면 약 2만 장의 연탄이 필요한데, 이 많은 연탄을 직접 사서 사용할 경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통 연탄 한 장을 4백~5백원 정도로 계산하는데, 고지대로 배달할 경우 장당 6백~7백원 정도로 값이 뛴다고 한다.
사랑의 연탄나눔 봉사활동은 ‘밥상공동체복지재단’(대표 허기복 목사)이 설립한 ‘연탄은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 설립한 연탄은행은 기업과 봉사단체의 후원을 받아 경제적 부담으로 기름으로 난방을 하기 어려운 가구에 무료로 연탄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한 이 단체는 기업과 관공서 등의 봉사단체를 연탄이 필요한 지역의 주민과 직접 이어주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이날 산청마을에 배달된 2천 장의 연탄과 라면 38상자도 서울고등법원 봉사단원들이 마련한 것이다.
밥상공동체복지재단 신미애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대부분인 주민들이 정부 지원생활비로 난방까지 해결하려면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진다”며 “우리는 복지나 도움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우선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연탄으로 난방을 하려면 하루 3장의 연탄이 든다. 기름 난방과 비교하면 3~4배 정도의 난방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신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2002년 원주에서 연탄은행을 처음 시작할 때는 창고에 연탄을 쌓아 놓고 필요한 사람들이 무료로 가져가게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요즘 세상에 누가 연탄을 사용하겠는가 하는 마음이었는데,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어르신들이 한 장이라도 더 가져가려고 무거운 연탄을 지고 가는 것을 보고, 우리가 직접 나누어주는 것으로 방법을 변경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연탄나눔 봉사의 의미에 대해 “다른 봉사와 달리 연탄나눔 봉사는 금전적인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준 단체나 봉사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서 연탄을 나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돕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땀을 흘려서 도와줄 때 봉사의 만족감이 무척 높아지기 때문에 연탄나눔은 물질적인 도움과 함께 사랑을 전달한다는 의미가 함께 담긴 봉사라는 것이다. 또한 남을 도울 수 있는 자신의 위치에 감사를 하는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설명이다.
연탄 나르기가 한 시간쯤 지나자 산청마을 아주머니들이 더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어묵과 국물을 봉사단원들에게 대접했다. 마을 주민 최막내(74)씨는 “이런 일을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추운데 나와서 이렇게 고생하는데 어묵국이라도 대접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마움을 말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오후 3시30분이 되자 드디어 2천 장의 연탄이 모두 각자의 창고에 자리 잡았다. 연탄은 집마다 배달되는 것이 아니고, 20개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마을 공동창고에 쌓아놓으면 주민들이 필요한 만큼 꺼내서 쓴다고 한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서울고등법원 오용규 판사는 “올해는 그나마 날씨가 춥지 않아서 무척 다행”이라며 “사무실에 앉아서 일만 하다가 이렇게 밖에 나와서 봉사를 하니 남을 도와서 기분도 좋고, 직원들의 단합도 되고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오 판사는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며 “특히 아이들과 함께 이런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고등법원 주연 사무관은 “오늘 연탄나눔봉사에 참여한 서울고등법원 우면누리자원봉사단은 월급에서 생기는 잔돈을 모아 봉사활동비로 적립하고 있다”며 “봉사를 위해 새벽에 출근해서 미리 일을 끝내놓고 나온 직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권 고등법원장은 “법원은 국민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이런 봉사활동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남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해를 좋은 일로 마무리해야 자신의 마음도 편해지기 때문에 해마다 거르지 않고 봉사활동을 벌인다”고 말했다.
글·이상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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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