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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시는 두뇌의 언어가 아니다. 인간의 몸으로 깨우쳐 쓴 오감(五感)의 언어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머리로 읽으려고 하면 읽히지 않는다. 마음으로 부딪히고 깨달아야 가슴속 깊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좋은 시는 숱한 세월이 지나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다양한 독자들을 만나 소통한다.

하지만 시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좋은 시를 찾아 읽는다는 건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 김기택(53) 시인은 시와 독자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지난 5월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무국이 선정한 문학집배원으로 매주 월요일 아침 e메일로 시 한 편을 보낸다. 짧은 감상평까지 곁들여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는 “시에 해석이 있으면 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며 “이것은 결국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시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사무원>(1998) <껌>(2009) 등 5권의 시집과 동화책을 펴냈다. 그런 그가 시 읽기 초보자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시인 백석(1912∼1995)의 시 전편 해설이 담긴 <백석을 만나다>를 추천했다. 백석은 2008년 한국시인협회가 선정한 ‘한국 현대시 10대 시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한국 현대시단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 하지만 분단에 의해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다가 1987년 해금된 이후 일제강점기 때 쓴 시들이 빛을 발하게 됐다.

김기택 시인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백석의 시들엔 방언이 많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백석이 방언을 쓴 이유는 일제강점기 때 고향의 말들이 소멸되는 것을 우려해 일부러 쓴 것”이라며 “백석 시어들로 고향을 사랑하는 이숭원 지음 / 태학사 펴냄·2만8천원마음을 느낄 수 있고 그 정서들이 세월을 뛰어넘어 많은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국문과 이숭원 교수가 쓴 <백석을 만나다>는 당시 발표된 시들을 그대로 옮겨 낱말풀이를 해놓았고 작품에 대한 해설, 현대어 정본까지 총 4단계로 자세히 설명해놓아 백석의 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백석의 시는 해설하고 이해하면 그때부터 감상이 시작돼요. 말 속에 감춰진 정서가 풍부하기 때문에 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음식처럼 뜨거운 울림이 느껴집니다.”

김기택 시인은 “백석 시 전편 해설을 읽다 보면 백석의 삶과 가치관까지 알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 <국수>를 천천히 낭송했다.

“백석은 만주를 떠돌며 외롭고 힘들게 살 때 고향에서 먹었던 국수 맛을 떠올렸어요. 육수를 만들기 위해 꿩을 잡으러 가고, 땅속에서 언 김장김치를 꺼내고, 국수틀에서 면발을 뽑고…. 마을 잔치 같은 분위기 속에서 먹었던 국수를 통해 유년의 아름답던 기억을 되살려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희망을 가졌던 거예요. 이렇듯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삶의 고통을 순수한 사랑으로 이겨내는 그의 의지에 공감하게 될 겁니다.”
 

글·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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