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묘한 책이 있다. 구성이 성글고
내용도 기대에 못 미치는데 나름대로 가치 있다고 평가할 만한 책, 이런 책은 주로 주변의 평이 좋아 읽어보았는데 읽는 이와 맞지 않거나, 독서수준보다 조금 낮은 차원에서 논의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철학상담서라 할 <방황의 기술>이 내게는 꼭 그랬다. 철학상담에 관심 있는 이들이 좋은 평을 해서 읽어보았지만, 그 정도의 내용에는 걸맞지 않은 호평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은근한 메시지가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책의 주제는 제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방황의 가치를 말하고, 그 방황이 한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도움말을 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방황을 좌절과 동일시했고, 이는 경쟁에서 뒤떨어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지은이는 다른 목소리를 낸다.
“너무 많은 사람이 걸어 반들반들해진 길에서 벗어나보자. 지극히 개인적인 방황을 시작해보자. 용기를 내어 방향을 잃어버리자.
시험 삼아서, 대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던지는 현상을 탐구해보자.”![]()
알고 보면 큰 성취를 일구어낸 이들은 대체로 남이 걷지 않은 길을 갔다. 이 길을 가는 것이 어찌 녹록하였겠는가. 길을 가다 잃어 방황하기도 하였을 터이고, 걷다 주저앉은 적도 있으리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갔기에 그 분야의 첫발자국을 남겼을 터다.
방황이 없고서는 이루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방황을 예찬하지 못할까?
아마도 당장에 주어지는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다 여겨서일 성싶다. 지은이가 이 책에서 거듭해서 돋을새김하는 이가 바로 오디세우스다. 이 이름은 신화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이라는 고유명사이기도 하지만, 모험과 방황이라는 뜻의 보통명사이기도 하다. 무려 10년이나 온갖 모험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집에 돌아오지 않았던가.
지은이는 오디세우스를 “운명이 정해놓은 길을 거역한 유럽 문학 최초의 영웅”이라 치켜세운다. 그러면서 그의 모험담을 요령껏 요약해 놓는다. 오늘의 가치로 보면, 기구한 운명인데다 결코 회복될 수 없는 손실을 본 사람이라 평할 만하다. 과연 그럴까? 당연히 아니다. 지은이는 말한다.
“그는 미지의 인물과 위협적인 존재에게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성장한다. 그 10년 동안의 방황과 표류 없이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더라면 그는 결코 역사에 길이 남을 현명한 영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왕왕 길을 잃어버린다. 위험하다. 하나, 낯선 길은 낯선 풍경을 선물한다. 오랫동안 다녔던 길인데 어찌 이런 풍경이 숨어 있는지 몰랐나 감탄한다. 역설인 셈이다. 길을 잃었더니 새로운 길을 찾으니까.![]()
그러니 늘 걷던 길에서 내려와 다른 길을 가봐야 한다. 방황이 모험과 같은 뜻인 이유이다. 물론, 무조건 그리해서는 안된다. 지은이의 말대로 오디세우스의 장점, 그리니까 자신과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과 “무슨 일이 있어도 한도를 지키는, 즉 절대 자만하지 않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되 넘어서지 않는 현명함”으로 무장해야 한다.
방황의 의의와 가치를 오디세우스가 일러주고 있다면, 그 기술을 알려주는 이는 스토아학파다. 방황을 하다 보면 불안해지기 마련.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세상과 관계를 맺으라 한다. 용기를 내야 하는데, 이는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얻을 수 있다 한다. 삶의 의미는 위기와 실패를 회피하는 것이 아닌 바 “매일매일 현재를 살 것이며, 매 순간을 마지막 순간인 듯, 또한 첫 순간인 듯” 살아야 한다.
이 책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러기에는 과대평가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만약 방황과 모험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다면,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새로운 모색의 시기를 보내는 이가 있다면, 분명히 그 사람에게는 이 책이 최고의 책이 될 터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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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