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요즘 날씨는 도통 예측하기 어렵다. 맑다가도 금세 소낙비가 내린다. 이럴 때 변화무쌍한 여름 날씨를 실시간으로 일러주는 기상예보만 체크해도 한시름 던다. 일이나 갑작스런 사정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떠는 기분도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0년차 기상캐스터 이익선(42) 씨는 “좋은 책을 읽다 보면 마음예보도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1990년대 초 국내 최초의 여성 기상캐스터로 얼굴을 알렸고 지금은 민간 예보업체에서 기상캐스터로 일하는 그는 국회방송의 생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 등을 맡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도 바쁘게 사는 그에게 책은 힘들고 정신없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주는 좋은 친구다.
그중에서도 그의 마음에 오랫동안 남고, 언제 읽어도 희망을 품게 만드는 책이 있다. 고(故) 장영희 교수가 쓴 에세이집 <문학의 숲을 거닐다>.
한 일간지에 게재된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라는 제목의 칼럼들을 묶어 펴낸 이 책은 서양의 고전을 최대한 알기 쉽게 독자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
이 씨는 “<어린 왕자> <돈키호테> 등 세계적인 문학작품과 펄 벅, 에밀리 디킨슨 등 영미문학 대가들을 소재로 장 교수의 경험과 생각을 담은 짤막한 글들을 마주하다 보면 사춘기 소녀마냥 문학적 감수성이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밑줄을 그어가며 이 책을 읽었어요. 솔직하고 순수한 장 교수의 에세이를 읽다 보니 여기 나오는 문학 책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리스트까지 작성했는데 결국 다 읽지는 못했어요. 대신 바쁜 삶 속에서 한 박자 쉬어가는 삶의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게 돼요.”
이 씨가 여러 번 이 책을 붙잡게 된 것은 장 교수의 매력적인 필력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봄직한 문학작품들을 장 교수는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선 우리 시대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을, 쿠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에선 소외된 자들을 향한 따뜻한 배려의 시선을 얘기하면서 희망을 전한다.
“암 투병과 소아마비라는 장애 속에서 갇힌 세계를 살았을 텐데도 장 교수는 끊임없이 열린 마음으로 문학을 통해 삶의 희망을 전해요.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일깨워주는 문학의 바다 속에 풍덩 빠지는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도 계속 날씨와 책과 함께하는 삶을 살 거라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 늘 함께하는 날씨와 책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갑자기 내린 비가 그친 뒤 초록 잎들이 생기를 띠고, 싱그러운 흙냄새가 풍기면 잊고 살았던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어요. 먼저 다가서고 느끼려고 할 때 감동과 기쁨을 주는 날씨와 책을 인생의 동반자로 가까이한다면 더위로 지친 여름밤도 견디기 수월해지지 않을까요.”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문학의 숲을 거닐다> 장영희 지음·샘터 펴냄·1만2천원
K-공감누리집의 콘텐츠 자료는 「공공누리 제4유형 : 출처표시 + 상업적 이용금지 + 변경금지」의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사진의 경우 제3자에게 저작권이 있으므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이용 시에는 출처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며, 위반 시 저작권법 제37조 및 제138조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