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살면서 심장이 두근거린 적이 얼마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던져놓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단상이 떠오를 터다. 당연히, 매력적인 이성을 만났을 적에 가슴이 쿵쾅거린 기억이 있으리라.
간절히 바라고 기다렸던 어떤 일의 성사여부를 알기 직전에도 심장은 요동쳤을 테다. 가장 긴장하고 흥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빛나는 순간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제목으로도 짐작할 만한 내용일 듯싶다. 그런데 이 소설은 독자의 생각에 허를 찌른다. 우리 삶이 반드시 그럴 때만 황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주인공 아름은 조로증에 걸려 곧 삶을 마감해야 한다. 일찌감치 병을 앓아온지라 내심 준비해 왔다. 남보다 더 이르게 정신적으로 성숙했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어른과 아이의 관계는 상식에 반하여 뒤집어진다. 어른은 아직 미숙하고 아이는 어른 같다는 말이다.
아름의 부모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열일곱 살에 아름을 낳았다. 깊은 사랑의 결과로 보기에도 어려웠다.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어하다 눈이 맞았고 진도가 너무 빨라 아이를 가졌다. 얼마나 철없는 일인고. 그래도 이들이 대단했던 것은 예상되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아이를 낳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의 제목이 말하는 바는, 어미의 자궁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고 그 생명체가 어미의 심장소리를 듣는 장면을 상징하거니와, 거꾸로 어미가 아이의 심장소리를 기계의 힘을 빌려 듣는 장면을 뜻한다. 이른바 소통이다.
삶에서 이만큼 극적인 소통이 어디 있겠는가. 둘 다에게 벅찬 순간이며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가능케 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그때를 이렇게 그려낸다.
“듣다 보니 뭔가 ‘되고 싶어지는’ 게 누가 들어도 참으로 선동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리듬이었다. 명령어를 전달받은 세포들은 곧장 행동에 돌입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트를 맞고, 기관들이 움트며 기지개를 편 거였다. 간이 부풀고 콩팥이 여물며 우둑우둑 뼈가 돋아났다.”
그러나 소설은 기대한 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아비는 하던 일을 접어야 했고 아이는 병을 앓는다. 어미는 일상과 병시중으로 지쳐간다. 아이는 서둘러 어른이 되어 가는데, 부모는 아직 아이다.
아름이가 부모의 사랑이야기를 글로 적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싶다. 내 삶의 비롯됨을 곱씹어 보는 것만큼 성숙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이 소설은 푸근하다. 신파조가 아니다. 밝고 훈훈하기까지 하다. 작가의 역랑에 큰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늙으면 죽는 법이다. 열일곱. 어미와 아비가 만나 자신을 만든 나이다. 그곳에 죽음이라는 낭떠러지가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모르고 가면 두렵지만, 알고 가면 훨씬 덜 힘든 법. 여기서 두번째 두근거림을 확인한다. 죽어 가는 아이, 아니 정신은 이미 노년의 단계에 든 자식을 힘껏 껴안는 아비와 자식이 서로 심장소리를 듣는다. 이해와 사랑, 용서와 화해, 그리고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로서 두근거림이다.
이 두근거림은 희망으로 확장된다. 멋모르고 사랑하고 아이를 낳았던 부모가, 아름이를 키우며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어, 아름의 뒤를 이을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역시 두근거리는 것, 황홀한 것, 그지없이 기쁜 것이다.
누구의 삶이든 그것은 경이로운 것이며 찬탄받을 만한 것이다.
남이 그리 말해 주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러한 법. 김애란은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삶이 얼마나 두근거릴 만한지 말해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미숙하고 부족하더라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빛나는 바인지 말이다.
인생이라는 말에 가장 빛나는 수식어를 붙여 보자. 두근두근이라는 부사를. 그러면 달라진다, 내 삶이. 더 빛나고 더 아름다워지니까. 우울하고 침울하고 불안하다면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어 볼 일이다. 삶이 갑자기 발랄해질 테니까 말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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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