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젊은 건축가 부부가 설계한 다세대주택 하나가 건축의 고정관념에 질문을 던졌다. 와이즈건축(www.wisearchitecture.com)을 운영하고 있는 부부 건축가 전숙희·장영철씨가 서울 금호동 2가 언덕에 지은 ‘Y하우스’(2010년 4월 완공)다.
Y하우스의 외관은 단순하고 깔끔하다. 주변의 어지러운 풍경을 가라앉히고 싶다는 속내가 읽힌다. 창의 배치도 규격화와는 거리가 멀다. 바깥 골목에서 보면 마음 내키는 대로 크기와 위치를 낸 듯하다. 1층의 주차 공간 옆에는 아주 작지만 화초가 자라는 작은 텃밭이 있고, 주민들이 앉아 쉴 수 있는 평상도 놓여 있다. 눈에 크게 띄는 것들은 아니지만, 우연히 그 자리에 놓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세대주택이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숨돌릴 공간을 주고 싶다는 바람, 안에 사는 사람이 창을 통해 빛을 들일 뿐만 아니라 바깥의 풍경들과 교감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담아 정교하게 배치한 것들이다.
그러나 Y하우스를 제대로 보려면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 ‘다세대에도 이렇게 널찍한 공간이 나올 수 있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두 개 층을 터놓은 중층(로프트·LOFT) 스튜디오가 눈에 띈다.
도심 오피스텔의 숨막히는 듯한 로프트와 판이하게 다르다. 두 개층을 제대로 터놓은 공간이기 때문에 층고가 높다.
그런데도 Y하우스는 여느 다세대주택을 짓는 비용보다 돈이 더들지 않았다고 한다. 공사비 평당 3백50만원. 최대 용적률도 확보했다. 젊은 건축가의 ‘무한도전’이었다. 최근 두 사람은 ‘젊은 건축가상’(문화체육관광부, 새건축사협의회)을 수상했다. “관점을 바꾸면 또 다른 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심사위원장 김인철)라는 찬사를 받았다.
Y하우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전씨와 장씨는 “디자인을 통해 숨어 있던 공간을 찾고, 자산 가치뿐만 아니라 플러스 알파의 가치를 만드는 게 건축가들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세대주택을 지으며 건축가를 찾는 일은 드물다.
“Y하우스 건축주도 처음엔 일명 ‘허가방’(부동산 관련 인허가 전문대행업소. 저렴한 비용에 설계도 겸한다)에 의뢰해 도면을 받아 우리에게 검토를 의뢰해 왔다. 그것을 보니 새롭게, 다르게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설계를 맡아 보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서민들에게 ‘디자인은 비싼 것’이라는 통념도 없지 않다. 어떻게 설득했나.
“조건을 걸었다. 평균적인 시공비에 원안보다 더 많은 면적을 찾아내겠다고 했다. 이 목표를 이뤘다.”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발상을 바꾸면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평수, 즉 바닥면적에만 집착한다. 공간을 2차원, 즉 평면적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경제적인 공간이란, 단순한 바닥면적의 합이 아니라 가장 합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상태를 말한다. 똑같이 10평짜리여도 가치가 달라질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두 사람은 “공간을 여유롭게 만드는 것은 2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3차원의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예컨대 Y하우스의 창 크기는 골목길과 바깥 풍경을 최대한 배려해 배치된 것이다. 특히 안에서 보았을 때, 로프트의 큰 창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옆으로 길게 난 골목길이 방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듯한 것을 볼 수 있다. 훨씬 깊고 풍부한 공간감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세대에 로프트가 특이하다.
“4가구는 남향으로 층층이 배치하고, 북쪽에 2개의 로프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북쪽은 흔히 ‘버리는 공간’이 되기 십상인데, 천장이 높고 확실한 특장점을 가진 로프트가 이곳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됐다.”
그러나 선례가 많지 않은 실험적 디자인을 건축주가 선뜻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다세대주택은 일종의 ‘절충형’으로 지어졌다. 두 개의 로프트를 제외하고, 남향으로는 기존의 다세대 구조대로 각 층에 한 가구씩 층층이 배치한 것이다. 남향으로 층층이 네 가구, 북향으로 두 층마다 한 가구 등 총 여섯 가구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건축가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건축가가 옆에 없으면 주위에 수소문해서라도 건축가를 만나보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건축가들이야말로 집 만드는 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상력으로 ‘플러스 알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글·이은주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와이즈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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