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11월 17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 강당. 법무부 교정공무원들이 모인 가운데 한 해외 전문가가 워크숍을 가졌다. 그는 북아일랜드의 재소자들과 함께 2년에 걸쳐 영화 <미키 비(Mickey B)>를 제작한 재소자 문화교육 전문가 톰 맥길 씨. 그는 강연을 통해 재소자 문화교육의 필요성과 효과적인 진행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북아일랜드 출신인 맥길 씨는 19세 때 폭력행위로 3년형을 선고받아 영국 베드퍼드 교도소에 수감된 경험이 있다. 수감 생활 중 예술교육을 받게 되면서 교화돼 출소 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예술교육을 공부했다. 현재는 ESC라는 영화제작사에서 예술감독으로 일하면서 재소자를 대상으로 영화제작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교도소에 있을 때 경험한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예술교육의 힘을 알게 됐습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해방을 위한 예술교육, 특히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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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길 씨는 “학생들에게 수동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전통적인 교육법으로는 재소자들을 교화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뭔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연극, 그중에서도 인간관계의 갈등, 범죄와 복수, 후회, 죄책감 등을 복합적으로 담아낸 셰익스피어의 희곡이었다. <맥베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미키 비>가 완성될 때까지의 2년간 재소자 간 분쟁은 물론이고 교정공무원에 대한 폭력, 절도, 마약 복용 등의 사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 정도로 교도소 분위기는 크게 변했다고 한다.
맥길 씨는 영화의 주연이자 무장강도범으로 20년 징역을 살았던 샘 매클린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무장강도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 번도 ‘아무것도 훔치지 않겠다’라는 말을 할 것이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자유를 얻었고 자유는 돈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샘 매클린은 4년 전 출소해 지금은 열차를 청소하며 여가시간에는 ESC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활동 참여만큼 재소자들에게 효과가 높은 교정교육은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부터 교육진흥원이 전국의 교정시설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문학, 뮤지컬, 음악, 국악, 연극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금은 20여 개 교정시설 재소자들에게 연간 30회(60시간)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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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소자들이 문화생활을 즐긴다’는 오해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맥길 씨는 “재소자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은 그들의 갱생을 위한 것인 동시에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영화를 만드는 데 든 비용은 약 5만 파운드(9천만원)였다. 그런데 재소자 한 명의 관리를 위해선 1인당 연간 8만2천5백 파운드(1억5천만원) 정도의 세금이 필요하다”며 “교육을 통해 다시는 교정시설에 들어오지 않도록 교화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절세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진행 중인 교정공무원들은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천소년교도소 황영복(55) 교도관은 “우리 교도소의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해 도덕이나 양심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데 뮤지컬 교육으로 아이들이 변화하고 자기가치를 발견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워크숍 다음 날인 11월 18일에는 이화여대 내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영화계 및 미디어 관계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키 비>를 감상하고 영화제작 과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가 이어져 재소자들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글·이윤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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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