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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영웅의 약점에 대중은 깊은 연민




영웅이 일반 사람들과 다른 것 같아도 결정적으로 같다는 것을 증명하는 점이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쿵푸 팬더2>에서 주인공 팬더는 유약함을 드러내는데 그것은 과거의 기억이 출몰하는 순간에 나타난다. 알고 보면 그는 난리통에 부모로부터 버려져 전혀 다른 종에 의해 입양됐던 것이다. 외모가 다른 아버지에 대한 의문은 1편에서부터 있었다. 그 의문을 2편에서 확실히 정리한다.

‘쿵푸 팬더’가 보여주는 영웅상은 서민적 영웅상이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더 나아가 실수도 많고 허점도 많고 탐욕도 많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까지 드러낸다. 그런 멜로드라마를 잘 만들려고 흔하다 못해 식상하기까지 한 출생의 비밀을 집어넣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마지막에 와서 평소 해리포터에게 있었던 의문스러운 약점이 밝혀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갑자기 들려오는 내면의 환청과 환시들. 그것의 근원이 밝혀지고 부모가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그 비밀이 밝혀진다. 어떻게 보면 영웅은 불쌍하기까지 하다. 알 수 없는 운명의 장난에 희롱당하다가 희생되는 인물이 영웅이기 때문이다.

칸느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던 일본영화 <카게무샤(影武者)>는 대리인생을 살다가 희생당하는 한 불쌍한 인간의 영웅적 삶을 그려낸다. 이러한 출생의 비밀과 복수 드라마의 원천은 아마 <스타 워즈>시리즈일 것이다. 주인공 루크는 삼촌 부부에 의해 양육되는데 그 부모가 살해되면서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친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양육되는 이야기는 <쿵푸 팬더>에서 그대로 차용됐다. 이런 식으로 본다면 어쩌면 3편에서는 이제 자신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그분이 악당에게 살해당함으로써 복수의 이를 가는 쿵푸 팬더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예측도 가능하다. 어쨌든 <스타 워즈> 시리즈는 이후 루크의 친아버지 찾기로 달려간다. 항상 아버지는 찾는데 어머니는 찾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이런 이야기의 원형이 신화에서 비롯됐고 신화에서는 흔히 아버지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루크가 찾은 아버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숙부를 죽인 자신의 원수였다. 이러한 설정 역시 신화에서 찾아진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이러한 본능을 ‘친부살해(patricide)’라고 명명하였다. 아들이 아버지와 갈등을 빚는 것은 소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하는 심리로 유아기, 청소년기에 아버지, 어머니, 아들의 삼각관계에서 어머니를 사랑한 아들이 아버지에 대해 갖는 신경증의 일종이다. 물론 실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마음속의 본능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게 찾아 헤맨 원수가 또한 아버지였다는 설정은 멜로드라마의 뻔한 우연 중의 하나지만 영화 속에서 영웅을 서민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대표적인 장치이다.

왜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웅들은 서민적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역시 신화적인 해석에 의하면 인류의 거창한 삶도 알고 보면 작은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고 그 가정과 친척의 범주라는 게 친근한 거리이기 때문이다. 신과 인간의 장대한 관계도 알고 보면 아버지, 자식의 작은 가정이야기인데 그것이 신화적으로 각색되다 보니 커진 것이다. 그래서 영웅도 알고 보면 평범한 서민이란 게 정답이 되고 마는 것이다.

글·정재형 (동국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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