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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책 읽어주는 남자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동물 세계를 관찰하면,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베타투어라는 관상용 열대어가 있다. 이 물고기는 수족관 벽에 거울을 갖다대면, 무지개빛깔의 화려한 수컷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침입자로 알고 열심히 공격한다. 수컷 제비의 가슴은 밝은 갈색인데, 암컷 제비는 상대적으로 가슴털이 짙은 수컷을 고른다. 관찰자가 매직펜으로, 퇴짜 맞은 수컷의 가슴을 짙은 색으로 만들어 주면 금세 암컷들이 달려들어 짝짓기를 하려고 줄은 선다.

이런 예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큰가시고기다. 이 물고기는 아랫배가 화사한 빨간색인 수컷들은 영역을 방어하고, 그 한가운데 둥지를 짓는다. 다른 수컷이 영역을 침범할라치면 가차 없이 공격하지만, 암컷이 들어오면 둥지로 유인해 알을 낳게 한다. 실험자들이 큰가시고기를 수족관에 넣고 관찰했는데, 같은 행동을 보였다.

이에 새로운 실험을 했다. 죽은 물고기를 철사에 매달아 수족관을 헤엄치게 했고, 다음에는 나무로 만든 모형을 이용했다. 이 실험에서 중요한 것이 발견되었다. 죽은 물고기든 나무 모형 물고기든 수컷들에게 공격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아랫배의 빨간색이었다. 그러니까 실제 물고기라도 아랫배가 빨갛지 않으면 공격하지 않았고, 물고기처럼 생기지 않은 나무 모형의 아래에 빨간색을 칠해놓으면 맹렬하게 공격했다. 심지어 창문 옆에 있던 수족관의 수컷들은 빨간 우체국 트럭이 지나가도 공격태세에 돌입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이런 현상을 분석하고 인류가 저지르는 어리석은 일의 실태를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우선 동물관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초정상자극이라 한단다.
노벨상 수상자인 니코 틴버겐은 동물의 본능을 진화시킨 원래의 실물보다 실험자가 만든 모조품이 그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할 수 있음을 확인한 후 이런 용어를 붙였다.

지은이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동물들이 초정상자극과 마주치는 것은 실험자들이 그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어 줄 때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 초정상자극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오늘날 우리는 본능의 명령에 따라 무익한 흥밋거리를 만들어낸다. 이 책이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패스트푸트, 게임, 포르노, 텔레비전, 이데올로기 등이다.

대표적으로 패스트푸드에 대한 비정상적인 선호를 들 수 있다. 기름진 음식, 설탕, 소금으로 상징되는 이 먹을거리에 대한 욕구는 ‘아프리카 사바나서 우리는 그런 물질에 대한 욕구를 진화시켰다.

그런 물질들이 희소했고, 한 조각이라도 발견하는 것이 생존을 좌우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는 바로 그런 본능을 자극하는 모형인 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초정상자극에 인류가 반응하는 전제가 두 가지 있다. 그 하나는 우리의 현대적인 두개골에 석기시대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사실 인간은 멍청한 게 아니라, 단지 낡은 본능을 따르는 경향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초정상자극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결국 중독과 집착증세를 낳고 그 결과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는 데 있다. 이 책을 쓴 지은이의 의도도 상황보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는 각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초정상자극이 무엇이며, 어떻게 자극하는지 알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의지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훈련을 통해 충분히 습관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이해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지은이의 말을 곱씹어 보면 될 성싶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대부분의 위기들은 ‘평범한 것을 낯설어 보이게 만드는 것’에 그 열쇠가 있다. 우리는 ‘이런, 내가 물방울무늬가 그려진 석고알을 품고 있잖아’라고 자각하고, 알 위에서 내려올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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