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가격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우리는 가격의 신호에 따라 이쪽이 아니면 저쪽 길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모든 결정은 우리가 각각의 대안에 서로 다른 가치를 할당하고,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에두아르도 포터가 쓴, 도발적인 제목이 붙은 <모든 것의 가격>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언뜻 보면 소비자가 시장 가서 물건 고를 때를 염두에 두고 한 말 같으나, 우리의 삶 전체 영역에 걸쳐 그렇다는 말이다. 목차에 나오는 ‘사물의 가격’은 이해가 가지만, ‘생명의 가격’
‘여성의 가격’ ‘신앙의 가격’ 등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러기만 할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사고가 나면 처음에는 원인과 대책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지만, 끝에는 반드시 보상문제로 한번 더 시끌벅적해진다. 생명에 가격이 있지 않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실려 있는 한 예화를 보자. 9·11테러 이후 희생자 보상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9·11희생자 보상기금이 마련됐다.
문제는 희생자의 경제적 손실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망한 근로자가 받고 있던 임금을 기준으로 사망자의 연령과 배우자 여부, 부양가족의 수에 따라 액수를 조정”한다는 뜻이다.
보상결과를 보면, 생전의 불평등이 사후(死後)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봉 4백만 달러 이상이었던 희생자의 직계가족에게는 6백40만 달러가 지급되었다. 가장 적은 보상을 받은 희생자는 25만 달러를 받았다. 한번, 이렇게 물어보자. 나는 얼마짜리인가?
일부다처제에서 일부일처제로 바뀐 이유도 가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상속을 통해 부(富)를 얻는 저개발사회에서는 자식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가급적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좋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농경사회의 경우 자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여성의 자질과 관계없이 아내의 숫자를 늘려 아이를 더 많이 낳으려는 전략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이루어지고, 전문 직업에서 일하는 것이 큰 부를 얻는 방법이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아이를 많이 낳기보다는 제대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맞게 남성은 자식교육을 잘할 수 있는 현명한 여성 한 명만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제도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른바 출산파업을 가격의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의 처지에서 볼 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 드는 비용의 효과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큰 사회를 만들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고학력 전문직의 여성은 출산을 했을 때 희생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모성애에 호소하고 사회분위기를 출산장려 쪽으로 몬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지은이는 “자발적인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자유로운 교환이 자원을 가장 이롭게 분배”한다거나,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즉 그들의 선택이 그들의 복지를 어떤 식으로 향상시킬지에 대해 일관성 있는 선호와 신념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은 옳은 것일 수 밖에 없다”는 시카고학파의 전제를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으나, 그렇지만 않다는 것은 최근의 경제위기가 충격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일까. ‘공짜의 가격’이나, ‘미래의 가격’에서는 기회비용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것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에필로그에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위기도 적절히 설명하고 있다.
무엇이든 극단은 위험하다. “자기통제의 시대는 끝났고, 자유방임주의도 끝났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옳다고 생각됐던 전능한 시장의 시대도 끝났다”라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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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