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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인디밴드, 마니아 음악을 넘어 해외로




지난 6월 26일 홍대 비보이극장 지하주차장에는 공연티켓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이었으나 남성과 주부도 있었다. 인디밴드 ‘10cm(십센치)’와 ‘우주히피’가 함께 정기 공연하는 ‘어나더플레이스(Another Place) 시즌 1’ 마지막 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이었다.

공연 예정 시각은 오후 6시였으나, 티켓 배부가 늦어져 6시40분에 시작했다. 공연 티켓은 인터넷 홈페이지(www.anotherplace.kr)에서 예매를 하면 현장에서 티켓과 순번 표를 나눠준다. 현장 티켓 배부는 오후 5시10분부터 시작했는데, 적은 인원이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30분가량 줄을 선 끝에 간신히 티켓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티켓 배부가 끝나고 공연장 입장이 시작됐다. 공연장은 상당히 협소했다. 이날 관람객 수는 4백30여 명. 2층 객석까지 꽉찼다. 정해진 좌석은 없었다. 순번 표에 따라 입장해 아무 데나 앉으면 됐다. 폭이 한 뼘보다 조금 더 넓은 객석 의자는 등받이조차 없어 매우 불편했다. 에어컨도 잘 작동되지 않아, 뮤지션들이 모두 땀에 젖어 공연했다.

공연 수준은 높았다. 이날 게스트까지 합쳐 총 5팀이 공연했는데, 무려 4시간 동안 공연이 이어졌다. 십센치, 우주히피와 함께 최고은, 태히언,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각기 다른 스타일의 뮤지션이 게스트로 참석해 공연이 매우 다채로웠다.

인디밴드들의 이러한 역량은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상품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인디음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공연 시설은 아직 열악하다. 지난 6월 2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디음악 창작 지원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앞으로 공연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 소공연장인 ‘뮤즈 라이브’와 ‘홍대 인디클럽’을 인디음악 활성화의 거점으로 삼아 다양한 지원책을 펼칠 예정이다.

그동안 인디음악 공연장은 매우 협소하고 공연 정보도 개별 사이트에 산발적으로 있어 대중이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올림픽홀 내에 인디밴드를 위한 소공연장을 마련했다. 올림픽홀 소공연장 뮤즈라이브를 주 1회 정기 인디음악 공연 및 인디음악 경연대회 개최를 통해 인디음악의 산실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홍대 인디클럽’ 지원도 늘어난다. 정부는 공연 활성화를 위해 티케팅과 마케팅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지원센터’를 구축하고 무대·음향 개보수 및 안전 점검 지원, 우수 클럽에 대한 공간 임대 지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다양한 대중문화 양성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음향감독 이제훈(32)씨는 “인디밴드를 위한 소공연장은 사실 제가 꿈꾸던 일”이라며 뮤즈라이브 개관 소식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노후화된 음향시설도 문제지만 특히 기존 공연장의 문제점으로 부적절한 시설을 꼽았다.

“제가 11년째 음향 엔지니어를 하면서 거의 웬만한 공연장을 다 가봤습니다. 음향과 무대 시설이 부족한 경우도 많지만 부적절한 시설이 설비된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정부가 무대·음향 시설 지원책을 내놓았는데 이번 시설 개보수 작업에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음향 엔지니어들을 운영자문단으로 위촉해 좋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됐으면 좋겠습니다.”




인디음악 공연기획사들도 정부의 지원을 환영하고 있다. 어나더플레이스 최정은 대표는 “티케팅과 마케팅 기능을 수행하는 통합지원센터가 구축되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벌금 때문에 공연 홍보 포스터를 벽에 붙이는 것조차도 못 하고 있는데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게시판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정부의 지원 계획은 앞으로 인디음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최정은 대표는 인디음악의 해외공연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국내 인디밴드 중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 많지만 해외에 보여줄 기회가 너무 없습니다. 저희도 지난해부터 해외 공연을 기획하고는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못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보여줄 기회만 있으면 한국의 인디음악도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십센치도 저희 공연에 투입하기 전까지 홍대 길거리에서 공연하던 밴드였습니다. 국내든 해외든 일단 공연을 접해봐야 즐기는 사람들이 생길 텐데 그런 점이 아쉽습니다.”

글·이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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