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청춘들이 아파한다. 방황하고 갈등하고 외로워한 것은 어느 시대나 청춘의 특징인 양 여겨왔다. 그렇지만 이토록 아파한 것은 드문 일이다. 오죽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위로하는 책이 낙양의 지가를 올렸겠는가.
일본의 청춘들도 우리와 별반 다를바 없는 모양이다. 힘들어하고 두려워하고 아파한다. 우리든 일본이든 아파하는 청년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 나왔다. <청춘은 길어도 아프지 않다>.
제목만 보아서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그 유명한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학에서 수업을 하는 모양인데, 그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저명한 인사들을 만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인터뷰한 내용이 1부를 구성하고 있다.
2부는 칠순에 이른 다치바나가 스무 살 청춘들에 들려준 강의로 채워졌다. 3부는 수업을 듣고 인터뷰한 학생들의 글이 실려 있다.
눈치챘겠지만 2부를 읽고 1부, 3부 순으로 읽는 것이 더 낫다. 청춘의 구루가 무슨 말을 했는지 먼저 알아두는 것이 좋으니까 말이다.
다치바나의 강의를 읽다 보면 역시 그이답다는 생각이 든다. 지의 종횡무진이라는 낱말이 딱 맞다. 더욱이 과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철학을 풀어나가는 장면은 우리로서는 낯설지만 상당히 흥미롭다. 그가 갓 스무 살이 된 청춘들에 해준 말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청춘이란 극좌표 공간에서 데카르트 좌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극좌표는, 조종사가 “3시 방향에서 적기가 급속도로 접근 중, 거리 5백마일, 미사일 발사 준비”라고 말할 때에서 엿볼 수 있듯 “내가 봤을 때 몇 시 방향에 대상물이 있고, 적인지 아닌지, 그곳까지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판단하는, “세계의 중심에 자신을 놓고, 무엇이건 자기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구도”를 일컫는다.
데카르트 좌표는 “극좌표 공간에 머물던 인간의 뇌를 해방시켜 세상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좌표계”를 뜻하는 바, “자신과 자연환경, 자신과 사회환경을 냉정히 분석하고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후에 행동을 결정하는 새로운 원리”를 가리킨다. 달리 말하면,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데 이런 인식의 전환을 청년기에 경험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이 세상 모든 문제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마도 우리랑 비슷한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를 거치는 일본 청년들인지라 해주고 싶었던 말인 듯싶다.
“대학입시까지는 정답이 있는 문제를 열심히 풀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대학이란 어딘가에 존재하든 기존의 지식을 그대로 뇌속에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 세계가 아닙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야 할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순서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장소가 대학입니다. 이를 한시라도 빨리 깨닫는 것이 스무 살 때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정말, 이 땅의 청춘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도쿄대생들이 만난 저명인사 가운데 괴짜가 있었다. 릴리 프랭키.
미술을 전공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연기도 한다. 현실에 기죽어 타협하려 용쓰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보라고 선동한다. 성에 대한 생각도 개방적이어서 파격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다. 읽다 보면 그래 이런 어른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과 방황에 대해 철부지처럼 말해주는 어른이 있는 사회는 청춘들이 보기에 훨씬 너그럽고 따뜻할 터이니 말이다.
<일식>으로 잘 알려진 히라노 케이치로의 도움말은 꽤 실용성이 높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가운데 뒤엣것을 직업으로 삼으란다. “잘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을 기회가 많기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그 일이 좋아지게” 마련이란다.
청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엄숙하고 계몽적으로 말을 건네면 반발만 산다. 그들을 감동케 할 방도가 이 책에 있다. 당연히 아파하는 청춘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좋겠다. 지금 겪는 아픔이 삶의 거름이 되리라는 확신을 얻을 터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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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