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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박태환, 신무기 돌핀킥으로 세계신 노린다




박태환(22·단국대)은 수영선수로서 거의 모든 것을 이뤘다.

2007 멜버른 세계선수권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자유형 4백미터)을 땄고,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걸었다.

기록경기인 수영에서 박태환에게 남은 도전 과제가 있다면 세계 기록 경신이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서 끝난 국제그랑프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7월 24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릴 세계선수권대회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박태환은 샌타클래라 그랑프리 자유형 4백미터에서 3분44초99로 1위를 했다. 본인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웠던 개인 최고 기록(3분41초86)에 약간 뒤진다. 현 아시아기록은 중국의 쑨양이 올해 자국 춘계선수권에서 세웠던 3분41초48이다. 올해 FINA(국제수영연맹) 공인 세계랭킹 1위 기록이기도 하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때 물리쳤던 쑨양을 이제 쫓아가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태환은 이번 그랑프리에서 현 기량을 1백퍼센트 발휘하지 않았다. 박태환을 지도하는 마이클 볼 코치는 제자에게 구간별 목표 기록을 주고 철저하게 그걸 지키도록 지시했다. 자유형 4백미터의 랩타임을 보면 박태환의 페이스가 일정했음을 알 수 있다.

무리하지 않았는데도 올 세계랭킹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만큼 현재의 실력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박태환은 레이스를 마친 후 별다른 감정 표현을 하지 않았고,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한 영법을 구사하면서 효율적으로 헤엄치는 모습에 미국 현지 중계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2백미터에서도 1위(1분45초92)를 차지했다. 본인이 가진 아시아기록(1분44초80)과 별 차이가 없었다. 자유형 2백미터와 4백미터의 마지막 50미터 스퍼트는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각각 0.1초, 0.52초 빨랐다.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태에서 있는 힘을 쏟지 않았음에도 세계정상급 스피드를 보였다.

박태환은 스프린트 종목인 자유형 1백미터에서도 48초92로 들어와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49초61)를 따돌렸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우승하며 세웠던 한국기록(48초70)과 비슷했다.

세계신기록에 도전하는 박태환이 새롭게 장착한 무기는 돌핀킥(dolphin kick)이다. 돌핀킥은 잠수 상태에서 두 다리를 붙이고 허리, 무릎의 반동을 이용해 아래위로 흔들며 발차기를 하는 동작이다. 돌고래가 꼬리를 아래위로 흔드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물속에선 물살의 저항을 덜 받기 때문에 강하게 돌핀킥을 하면 속도가 빨라진다. 단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규정상 잠영(潛泳) 가능 거리는 15미터이다.

돌핀킥은 스타트 신호음과 함께 물에 뛰어든 다음, 또 매 50미터 지점에서 턴을 하고 나서 구사한다. 박태환은 그동안 스타트 후엔 돌핀킥을 3회쯤 했는데, 최근 4~6회로 늘렸다. 잠영으로 전진하는 거리도 9~10미터에서 12미터쯤으로 늘어났다. 턴을 하고 나서 발로 벽을 밀어 추진력을 얻은 다음 구사하는 돌핀킥은 예년처럼 2회 안팎이다. 잠영 거리도 7~8미터 정도로 비슷하다.

돌핀킥의 세계 최고수는 마이클 펠프스다. 2004 아테네 올림픽 6관왕, 2008 베이징 올림픽 8관왕인 펠프스는 턴(turn)을 한 후에 물속 1미터 가까이 깊숙하게 내려갔다가 강력한 돌핀킥을 7~8회하며 올라오는 영법을 구사한다. 잠영 거리는 12~13미터에 이른다.

마이클 볼 코치는 “펠프스와 비교하면 박태환의 돌핀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박태환의 돌핀킥이 발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박태환은 2009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자유형 2백미터·4백미터·1천5백미터에 출전했으나 모두 결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른바 ‘로마의 충격’이었다.


박태환이 퇴보했다고 몰아붙이기엔 가혹한 측면이 있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자유형 4백미터)과 은메달(자유형 2백미터)을 따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올림픽을 마치고 나선 휴식이 부족했다. 박태환이 로마에서 못했다기보다 특히 올림픽 때 부진했던 외국 선수들이 분발했다고 봐야 더 공정하다.

로마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박태환은 작년 초부터 마이클 볼 코치와 손을 잡고 새롭게 출발했다. 동기유발을 잘하고,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볼 코치의 지도법과 궁합이 잘 맞았다. 박태환은 작년말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잃었던 명예를 되찾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선 세계정상 복귀를 노린다. 일단 자유형 2백미터와 4백미터에 집중하면서 자유형 1백미터에도 부담없이 도전장을 냈다.

‘마린보이’가 다시 많은 박수를 받기를 기대해 본다.

글·성진혁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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