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세시봉 열풍이 불고 나서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뜻밖에 청소년 나이의 자식들이 흥미롭게 보더라는 것이다.
요즘 신세대들은 아이돌에 적극적으로 반응해 온 터라 전혀 기대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그 때 비로소 소통의 가능성을 엿보았다”는 이도 있었고 “진정한 것은 통하더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다 행복하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한 시대를 상징하는 가요가 이처럼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추억과 기쁨을 나눠 주는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마침 가요평론가인 이영미씨가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를 펴냈다. 이영미씨는 자신이 세시봉 세대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트로트는 어딘가 시대에 뒤졌고 청승맞다 여겼고, 서태지에게서는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트로트든 서태지이든 다 한 세대를 상징하는 대중가요이고, 거기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단다. 성숙하고 너그러워진 세시봉 세대가 쓴 세대공감 가요론이라 보면 딱 맞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세시봉 광풍의 에너지를 중년들의 추억을 되살리는 것으로만 소진해 버리고 말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다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세대의 등장이 그러했듯이, 이 광풍을 통해서도 세대와 시대에 대해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대중가요가 단지 추억을 불러내는 것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각 세대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살펴보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트로트’ 하면 아무래도 낡은 세대의 감수성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영미씨는 트로트를 치밀하게 분석한 끝에 “당대의 고통을 당대의 방식으로 절절하게 노래한 매우 긴장감 넘치는 새로운 유행의 노래”였다고 말한다. 왜 안 그렇겠나. 그 시대 대중에게 사랑받은 음악이라면 전(前)시대와 확연히 구별되는 새로운 감수성을 반영했을 터.
그러니 그때는 가장 세련되고 가장 신선한 음악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오늘의 시각으로만 과거를 평가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세시봉으로 대표되는 통기타 세대에 대해서는 통념을 뒤집는 분석을 한다. 물론 “기타를 직접 반주하며 노래 부르는 포크가수는 하고 싶은 말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작가, 발언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가요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높이 평가한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든 노래는 사랑타령이 중심인 상업적인 대중가요였을 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통기타 세대가 저항성을 띠고 있다는 말은 정확한 분석이 아니다. 세시봉에서 어떤 저항성을 느낄 수 있는가. 김민기나 한대수 같은 소수에게서나 찾을 수 있다. 통기타 세대에게서 저항성을 찾는 것은 당시의 정치상황과 관련해 지나치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해하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 시절의 노래들이 대체로 ‘순수함, 때묻지 않음, 오염되지 않음’을 뜻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그러했을 듯싶다.
이영미씨는 서태지 세대의 특징으로 ‘개인의 발견’을 들었다. 여기서 말한 ‘개인’을 ‘욕망’이라는 말로 바꿔도 된다고 말한다. 이들 세대는 ‘돈과 육체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분석틀로 보면, 트로트 세대는 일제강점기, 전쟁 등을 겪으며 개인보다는 국가나 공동체의 가치를 더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특징이 있다. 세시봉 세대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을 추구했다 할 수 있다. 한 세대의 시대정신이 가요사에 반영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노래방에 가 보면 세대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서로 좋아하는 노래가 너무 다른 데다, 다른 세대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이 책을 읽고 이런 분위기가 깨졌으면 좋겠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안다면 너그러워질 수 있는 법이다. 정치적 관용을 노래방에서 실천해 나가면 어떨까 싶다. 세대 갈등을 넘어서 세대 이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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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