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바쁘다. 내남없이 입에 달고사는 말이다. 물어보자. 왜 이리 바빠졌는가. 사무화, 자동화, 기계화라는 말은 업무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는 뜻이다. 그러면 시간이 남아야 하지않는가. 주변을 둘러보자. 한가한 직장인이 있을까. 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있고, 사회의 부는 증가하고 있지만, 여유는 없다. 외려 더 바빠졌다.
퇴근 개념도 없어 보인다. 직장에서 하던 일, 집에 와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숨 돌릴 틈도 없는 듯싶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슬로우>의 저자도 같은 느낌이었다. “늘 달음박질쳤다. 밤이 되어 피곤에 지쳐도 잠자리에 들 때까지 쉼 없이 달렸다. 하루하루가 꽉 찬 일정의 연속이었다.”
가족과 마음 편히 단란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고.
그리고 하나 더 물었다. 다른 삶은 가능하지 않은가 하고. ![]()
스스로 던진 물음을 책상머리 앞에서 풀어냈다면 이 책의 가치는 그리 높지 않을 터다. 지은이는 이른바 사계의 권위자를 찾아나서 답을 구했다. 다큐멘터리 감독다운 해결책이다. 시간관리의 제왕을 만나고 세계적인 기업 컨설턴트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탈진증후군 담당자에게 진료도 받아본다. 대안의 삶을 사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스위스로 달려가고 칠레로 날아가고 부탄까지 밟아본다. 왜 바쁜지, 그리고 대안의 삶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다.
세상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사는 이 경제체제가 ‘시간이 곧 돈’이라는 원리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식도 삶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속화라는 페달을 더 이상 밟지않을 수 있을까? 시간관리를 주제로 한 강의에 등록하거나 관련책을 읽어야 할까? 한 전문가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끼면 아낄수록 시간의 압박은 더 강해집니다. 시간관리는 포기하고, 시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시간은 절약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일과 후의 저녁시간’이든 ‘휴가’든 ‘커피타임’이든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서만 우리는 시간을 다시 얻을 수 있습니다.”
대안의 삶을 찾아나서지만 그리 새로운 바는 없다. 잘나가던 금융 전문가가 알프스의 산장지기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다. 왜 박차고 나왔는지, 무엇을 꿈꾸는지는 짐작하는 대로다. 이 책에서 주목할 대목은 지은이 나름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먼저 부탄의 국민총행복론을 소개한다. 이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민의 행복을 경제성장보다 우위에 두고 있다. 국왕이 국민총행복을 국가 목표로 선포할 정도다. “행복은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질 때 생기는 것”이라며, “이 가능성의 전제조건을 만들어주자는 것이 국민총행복의 목표”이다.
다른 하나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론이다. 이 개념은 “모든 시민에게 법적으로 고정된, 그리고 누구에게나 균등한 지원을 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 경쟁논리가 가속화 현상의 본질적인 추동력이라면 이를 약화할 필요가 있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은 생존을 위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람들의 긴장감을 완화해 줄 공산이 크다. “인구구조의 변화, 그리고 경제의 지속적인 합리화 그리고 효율성 제고”로 워킹 푸어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끔 푸념처럼 터져나오는 한마디 말이 있다. 이게 사는 건가! 이 탄식이 중요하다. 가속의 페달밟기에서 내려와 새로운 삶의 길을 모색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충전하고 성찰하고 풍요로워지는 삶을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지은이의 말대로 시간의 주권을 찾으면 이 난맥상을 풀 실마리를 잡는 셈이다.
글·이권우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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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